지난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의 개방도시 상하이 푸둥지구를 방문한 후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바쁘게 돌아가는 상하이 주식시장과 기업들. 김정일 위원장의 눈에 비친 푸둥지구는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지향점을 바로 의미하고 있었다.
◇북한의 정보기술산업 정책 현황=북한의 IT산업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는 우리와 비견할 만하다.
이를 느낄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지난 5월 29일자 로동신문의 기사. 로동신문은 이날 “정보기술 인재양성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강성대국 건설의 지름길”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이 기고문에서는 “현재 정보기술·정보산업의 발전 없이는 강성부흥을 생각할 수 없다”며 IT 분야 인재 육성에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IT 발전을 ‘강성대국 건설의 핵심’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앞서 5월 23일자 로동신문은 ‘사회발전에서 정보기술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IT를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과학·교육·출판보도·통신 등 각 분야에서 IT를 널리 받아들여 ‘강성대국’ 건설을 실현해나갈 것을 당부했다.
북한은 올해부터 ‘모든 문제를 새로운 관점과 높이에서 보자’는 구호를 내걸고 소위 신사고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신사고 개념의 핵심에는 IT산업을 통한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이 있다.
IT 인력 양성과 관련, 로동신문은 지난해 12월 ‘유능한 과학자들을 기르는 컴퓨터교육체계’라는 기사에서 인력양성 방향을 공표했다.
이 내용에는 김일성종합대학에 컴퓨터과학대학 신설, 평양과 함흥에 컴퓨터기술대학 신설, 각급 대학에 컴퓨터공학부와 정보공학과 신설 및 정보공학강좌 개설 등을 담고 있다. 또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평양컴퓨터기술대학 등에 정보센터를 확충하거나 신설하고 중학교와 고등중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각급 학교 학생들의 컴퓨터프로그램전시회 및 경시대회 상시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인재양성과 함께 외부 자본 수혈을 위해 법령을 수정,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개성특구·신의주 단지 등 외부에 대한 문호도 개방하고 있다.
◇북한의 IT산업 실태=북한의 IT 인프라 수준은 국회 허운나 의원(민주당)이 지난해 발간한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남한의 70년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세계통신 보고서’에 의하면 97년 기준으로 북한의 통신회선은 약 120만회선으로 군사용과 공공행정망 위주로 구축돼 있으며 민간부문의 통신망은 미약하다.
PC산업의 경우 지난 60년대부터 김책공대와 김일성대학에서 컴퓨터 연구개발을 시작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지만 바세나르협약과 같은 대공산권 전략물품 수출 제한 등의 규제조치로 크게 뒤진 상태다. 지난 93년에는 16비트 PC 생산을 위한 평양컴퓨터조립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PC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평양컴퓨터조립공장은 연간 3만대 규모의 PC제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로 486급 PC가 생산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베이징에서 부품을 수립, 펜티업급 PC도 생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포동1호·광명성1호 등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일부 고성능 컴퓨터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열악한 하드웨어와는 달리 북한의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은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 자본이 많이 드는 하드웨어보다는 인간의 두뇌와 창조력만 있으면 훌륭한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한 결과다. 특히 국민의 소프트웨어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프로그램 기술 발전을 돕기 위해 매년 전국 프로그램 경연대회도 실시하고 있고 UN을 통한 국제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점을 보이고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는 게임·워드프로세서·음성인식기술 등이다.
통신부문은 정확한 통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한에 크게 뒤져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선 지난 97년 기준 유선전화 가입자는 110만명에 그치고 있으며 이동통신 분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500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통신에 대한 투자가 대도시에 집중돼 대도시 외에 다른 지역은 통신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아직 인터넷이 연결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업이나 기관간 인트라넷 구축은 활기를 띠고 있다. 물론 로동신문과 같은 고급기관에서는 중국 베이징-신의주-평양을 잇는 광케이블을 통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다. 평양방송은 이밖에 최근 함경북도에서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무산광산연합기업소 등 수십개 공장·기업소 및 기관에 컴퓨터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의 IT 관련 기관은 국가 개발단위로 과학원·전자공업성이 있으며 실질적인 대외활동기구로는 조선콤퓨터쎈터·평양정보쎈터 등이 활동 중이다.
<글=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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