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벤처투자 실적 저조

 최근 벤처투자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은행의 벤처투자는 여전히 냉랭하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장 활발한 벤처투자를 실시해온 산업은행을 비롯한 신한·국민·한빛·외환·한미·하나은행 등 주요 7개 은행의 벤처투자는 올들어 5월까지 886억9000만원으로 연간 투자계획액(3650억원)중 4분의 1 정도를 소진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극도로 위축됐던 벤처투자 환경과 보수적인 은행의 투자관행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일반 벤처캐피털과의 네트워킹 투자에 주력해온 은행의 특성을 감안할 때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어 은행들의 벤처투자도 하반기에는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초 벤처투자업무를 담당하던 투자금융1실과 2실을 통합해 벤처팀 재정비에 나섰던 산업은행의 경우 벤처투자 실적이 1월 20억원(3), 3월 118억원(11건), 4월 68억원(8건), 5월 51억원(5건) 등으로 총 257억원에 그쳐 올해 투자예정금액인 1200억원의 21.4%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주식인수투자 220억원, 전환사채 100억원 등 총 320억원을 투자키로 했던 신한은행은 지난 1월 투자실적이 전무했으며 2월 5억원(1건), 3월 10억원(2건), 4월 36억원(4건), 5월 16억원(2건) 등으로 5개월간 67억원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지난 1, 2월 투자가 전혀 없었던 국민은행도 3월 16억원(4건)으로 첫 투자물꼬를 튼 뒤 4월 21억6000만원(4건, 5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 1건 제외), 5월 25억원(2건)을 투자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신주인수와 전환사채로 각각 150억원씩 3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올해 100억원을 투자키로 한 한빛은행은 1, 2, 5월 투자실적이 전혀 없으며 3월 15억원(2건), 4월 5억원(1건)에 불과했다. 또 올해 전환사채 60억원을 포함해 240억원을 투자키로 했던 외환은행도 2월 5억원(1건), 3월 12억원(2건)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한미은행은 1, 3월 투자실적이 전무하고 2월 10억원(2건), 4월 5억원(1건), 5월 5억원(1건)의 미미한 투자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한미은행은 전환사채의 경우 1월 75억원(11건), 2월 53억원(7건), 3월 51억원(7건), 4월 100억원(11건), 5월 55억원(8건) 등으로 총 334억원을 투자했다. 한미은행은 올해 주식인수 230억원, 전환사채 1000억원을 투자키로 했었다.

 주식인수와 전환사채에 100억원씩 투자키로한 하나은행도 주식인수방식 투자는 2월 5억원(1건), 4월 2억원(1건), 5월 10억원(1건) 등으로 저조했으며 전환사채도 3월 8억2000만원(1건), 4월 16억1000만원(2건)을 투자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달들어 신한은행 67억원(9건), 산업은행 50억원(5∼6건), 국민은행 50억원(3건, 20억원 확정)의 투자가 확정단계에 있으며 한빛은행도 팀원을 보강, 하반기 투자 확대를 도모하는 등 전체적으로 투자분위기는 되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의사결정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경기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다”며 “전체적으로 벤처투자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은행권의 벤처투자도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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