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시장이 거센 재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지난 5년간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겪은 뒤 미국 통신업체들은 경기 침체라는 강펀치를 맞으면서 수십개 업체가 파산 위기에 몰리거나 이미 도산했다.
통신업계의 경기 침체는 미국 통신산업을 자율화한 지난 96년의 통신법 제정 이후 잇따라 탄생한 신생 전화회사들의 붕괴 위기도 불러오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 CLEC(Competitive Local Exchange Carrier:ISP업체들을 대상으로 DSL 액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통신사업자)라 불리는 이들은 당초 통신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러가지 기술적 어려움과 질 낮은 서비스 등으로 파산 등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다음은 미국의 IT 및 e비즈니스 시장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액세스미디어인터내셔널파트너스(AMI-Partners: www.ami-usa.com)가 분석한 미국 CLEC의 상황과 이들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들이다.
◇미국 CLEC들의 추락
미국 광대역 시장이 기업 및 홈 오피스 환경으로 계속 확대해 나감에 따라 코바드(Covad), 노스포인트(Northpoint) 등과 같은 데이터 CLEC들은 매출 증대에 있어 커다란 장애에 부딪히게 됐다. 현재 초고속 인터넷 중 하나인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사업자 시장에서는 사업자들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유치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데이터 CLEC는 전통적인 기업 구조와 사업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CLEC의 재정 상태, 가입자수, 예상 가입자 증가율 등을 살펴볼 때 이들의 미래는 대단히 비관적이다.
AMI는 1∼2년 후가 되면 이들 CLEC가 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것이고 베이비 벨(Baby Bell:1984년 AT&T가 정부의 명령으로 지역전화사업부를 해체한 후 태어난 7개의 지역별 기간통신사업자)이 DSL업계를 대부분 지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신 요구되는 데이터 CLEC
△시장 압력=기업 및 홈 오피스 분야에 DSL을 마케팅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 벨들은 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저가 공세와 대규모의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며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이들 때문에 다른 업체들이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밑지고 장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데이터 CLEC는 이미 DSL 가입자를 베이비 벨에 빼앗기고 있다. 고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규모의 경제학이 적용될 수 있지만 추가로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제휴 ISP들이 발을 빼고 있다.
DSL 서비스 사업자는 광대역 케이블 사업자에 비해 저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LEC들이 이런 실망스런 대중적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면 고객 서비스, 기술자, 마케팅 캠페인 외에도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재정 압력=코바드, 노스포인트, 리듬스(Rhythms) 같은 데이터 CLEC는 엄청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의 수요자인 ISP는 네트워크 백본을 공급하는 대형 사업자들에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노스포인트 ISP의 경우 31%가 대금을 연체하고 있다. 코바드는 제휴중인 250개의 ISP 중 19개 ISP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해 재정 상태가 튼튼한 다른 제휴 업체로 가입자들을 옮기기 위한 안전망(safety net)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이비 벨들은 자금이 충분하고 기존 전화사업에서 매출이 있기 때문에 이런 손실을 잘 흡수할 수 있다.
ISP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자금 부족 사태를 겪게 됐지만 대개는 이들의 사업 계획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도한 대역폭을 임대했다는 것이다. 많은 ISP는 DSL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과대 평가하고 너무 많은 대역폭을 임대했다. 이뿐 아니라 경쟁 업체의 수를 잘못 계산하는 우를 범해 가입자수 전망에서 오류가 더욱 커졌다.
둘째, 가입자 유치 비용을 과소 평가했다는 것이다. DSL ISP업체수가 많아지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ISP업체들은 가입자 유치 전망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려야 했다.
셋째, 미래에 발생할 매출에 과잉 기대하고 투자했다는 것이다. 일부 ISP업체는 부가 서비스를 통한 미래 매출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의 사업 계획은 추가 비용이 필요한 부가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DSL 시장의 발전이 늦어지면서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매출 창출이 불가능해졌다.
ISP 제휴업체는 매출 전망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네트워크를 과감하게 확장한 후 매출 증대를 무작정 기다리는 전략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은 이들 업체의 주가에 이미 영향을 미쳐 2000년 1월 이후 95%나 하락했다. 코바드만이 향후 2년간 겨우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제적 환경과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때문에 데이터 CLEC가 추가 자금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상당한 투자 자금을 보유한 회사가 이들 CLEC를 인수하는 것이다.
△매출 압박=기본 DSL 이용료를 제외하고 추가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검증된 모델은 앞으로 2년간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광대역 서비스에 의한 추가 매출이 창출되더라도 데이터 CLEC들은 만족할 만한 매출을 올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 CLEC의 매출원은 코로케이션(co-location) 서비스를 포함해 DSL 인프라에 임대 액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출 성장률은 오로지 DSL 가입자의 증가에 달려 있으며 가입자가 증가해야 ISP 협력사로부터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면서 가입률이 하락하게 되면 새로운 가입자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ISP들은 추가 광대역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1인당 매출을 늘림으로써 시장에서 추가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 CLEC들은 DSL ISP업체와 인터넷 회선을 연결해 주는 중개인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미래의 매출원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ISP처럼 추가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시장전망
2005년이 되면 가정과 기업에 1200만명의 DSL 가입자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전체 광대역 시장의 41%에 해당한다. 하지만 DSL 시장은 데이터 CLEC가 아닌 베이비 벨이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SL 사용자의 3분의 2 이상이 베리존온라인(Verizon Online)이나 벨사우스패스트액세스(Bellsouth Fast Acess) 같은 베이비 벨 ISP에 가입해 있다.
소규모 DSL ISP가 계속 시장을 탈퇴하고 데이터 CLEC가 성장 전략을 축소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함에 따라 이 비율은 3년 후에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 벨들은 신규 가입자뿐 아니라 기타 DSL업체의 가입자들도 유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실은 데이터 CLEC에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데이터 CLEC들은 재정압박 때문에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비용을 줄여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의 가치는 낮지만 이들이 보유한 기존 네트워크와 중앙국 코로케이션은 귀중한 자산이다.
AMI는 2002년 말까지 한바탕 인수합병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각 업체의 사업전략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비 벨이 인수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베이비 벨들은 아래와 같은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베이비 벨들은 ISP 업체들이 사업을 접거나 데이터 CLEC들이 대금 지급이 불가능한 ISP 협력사에 대해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공격적인 타깃 마케팅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 둘째, 좀더 유연한 지불 계약을 제시해 ISP 협력사와 리셀러의 수를 늘린다. 셋째, 데이터 CLEC를 일괄 인수해 가입자 기반과 DSL 영향력을 확대한다.
◇전략적 변화
양질의 서비스 제공 업체는 중요한 파트너가 된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멀티미디어 사업자들은 현재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들은 이미 시장에 진출해 네트워크 신뢰성과 속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데이터 CLEC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을 가진 업체들과 제휴를 하게 되면 베이비 벨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더 높은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고 이들의 ISP 제휴사들은 신뢰할 만한 첨단 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ISP들이 현재 고객 1인당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부가 서비스를 개발중이거나 고려함에 따라 이들의 임대 인터넷 백본의 신뢰성과 속도에 대한 우려도 증폭하게 될 것이다. 제휴사와의 협력을 통해 신뢰할 만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백본업체들은 이들 전향적인 ISP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ISP업체 설립 및 인수 필요
데이터 CLEC들은 ISP들로부터 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운영하는 데 고비용이 소요됨에 따라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고있다. 향후 수익증대의 방향은 가상사설망(VPN)과 역외 데이터 스토리지(offsite data storage) 등과 같은 최신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의 제공에 맞추어질 것이다. 데이터 CLEC들은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며 자신들의 네트워크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 베이비 벨처럼 기업과 가정·사무실 등에 직접 자신들의 인터넷 액세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코바드는 블루스타닷넷(BlueStar.net)을 인수함으로써 이미 변화를 시도했으나 코바드 가입자의 3%만이 직접 접속 고객이다.
◇홈네트워킹에 집중
시장이 성숙해가고 인터넷 액세스가 하나의 상품이 됨에 따라 데이터 CLEC들은 고객들을 유치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케이블 액세스 사업자들이 세트톱박스 시장을 장악해 대부분의 주문형비디오(VOD) 수익도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DSL은 케이블과의 차별화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홈네트워킹은 케이블 모뎀이 기득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신기술이다. 사실상 DSL이 홈네트워킹 시장을 겨냥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홈네트워킹 서비스를 처음 제공한 업체들은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안이 뛰어나고 다른 고객들과의 대역폭 공유가 없는 전용선과 같은 DSL의 장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DSL 시장이 발전하고 성숙해감에 따라 데이터 CLEC들도 발전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수익이 창출되기를 기다린다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수익원의 예를 든다면 홈네트워킹 솔루션 제공, ISP 서비스 제공, 혹은 전향적인 ISP들을 유인하는 혁신적인 제휴 관계 구축 등이 있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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