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인터넷지재권(중)분쟁의 허와 실

 지적재산권은 일정 기간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해 줘 개인의 창의성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로 주로 과학·문학분야의 지적 창작활동에 적용된다. 여기에는 특허부터 실용신안, 의장, 상표권, 저작권은 물론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그 대상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재권은 그러나 손쉽게 남의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복제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에 따라 최근들어 무단 침해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재권 침해의 실상=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 지재권 침해사례는 남들이 공들여 개발한 콘텐츠를 무단으로 ‘퍼 가는’ 것이다. 시장경쟁이 가열되면서 콘텐츠를 복제하는 일은 이미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콘텐츠 복제에 이어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 도용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비즈니스 모델은 사업 아이디어는 물론 컴퓨터·통신·인터넷 기술 등 정보시스템을 결합한 신종 특허 유형으로 아이디어 자체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물리적 특성을 갖는 기술·공정·발명 등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특허와 달리 사이버공간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특허 형태인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침해는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인터넷시장에서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위한 모델 ‘베끼기’로 확대되면서 건전한 시장경쟁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저작권이 분명한 동영상 파일을 온라인으로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일 역시 인터넷 지적재산권 침해 유형의 하나다.

 ◇지재권 침해의 원인=사이버공간에서 지적재산권 침해가 빈번한 것은 먼저 인터넷 콘텐츠가 소중한 저작물이라는 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정보는 무료라는 통념에서 남의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을 무제한 복사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거나 유통시키는 행위에 대해 특별한 죄의식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특허로 등록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히 무단복제가 성행하는 등 지재권 보호와 관련해 지나치게 무감각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한 마디로 정보를 쉽게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보를 어렵게 창조하는 사람이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보공유를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등 콘텐츠 무단복제나 비즈니스 모델 도용과 관련해 심각한 불감증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인터넷 이용 마인드가 앞선 인터넷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 현상’이 팽배한 셈이다. 여기에 상표권이나 콘텐츠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허술한 법체계도 지재권 분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과 관련한 법은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정도다. 그러나 법조항 자체가 두루뭉수리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더라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판결까지 길게는 3년, 대부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해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지재권 분쟁의 본질=소프트웨어 산업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한 각종 콘텐

츠의 무단복제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의욕을 감퇴시켜 산업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콘텐츠 불법복제를 비롯한 각종 지적재산권 침해는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인터넷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며 해외에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데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상업적 목적이 없다 해도 남의 콘텐츠를 무단 복제해 자신의 콘텐츠인 양 게재하거나 유통시키는 일은 재산상의 피해에 앞서 기업은 물론 산업 자체의 건전한 경쟁기반을 무너 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분별한 비즈니스 모델 도용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의 전통산업은 공장이나 물품 등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산을 통해 비즈니스가 이뤄졌지만 디지털경제는 무형자산인 아이디어와 지식을 통해 발전하고 이것이 부가가치 창출의 가장 근본적인 자원이다. 당연히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디지털시대에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기업의 가치를 좌우하는 경쟁력이다.

 지적재산권 보호를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야 하고 사이버공간에서 이에 대한 새로운 마인드와 질서확립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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