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은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이끌어가는 기본 축이다. 도시정보화·국가재난관리·신공항·국방 등 사회간접자본(SOC)은 물론이고 민간부문의 경영정보시스템 구축에 이르기까지 SI사업자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 그래서 IT분야의 종합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SI산업의 위상과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수준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수출 유망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국가 정보시스템 구축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 유망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SI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전략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지닌다.
이런 취지에 맞춰 전자신문사와 한국SI연구조합은 지난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내 SI산업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21세기 정보인프라 구축의 주역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정보산업의 중핵 SI산업 발전전략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SI산업에 대한 각종 발전전략이 심도있게 논의됐다. 이날 좌담회를 요약·정리한다. 편집자
※참가자
남궁석(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갈정웅(대림정보통신 사장)
김병국(LGEDS시스템 부사장)
임춘성(사회·연세대학교 기계전자공학부 교수)
◇사회(임춘성·연세대학교 기계전자공학부 교수)=바쁘신데도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내 SI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사회적인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업계 스스로가 노력해야 할 부분도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SI산업이 정보통신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 먼저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갈정웅(대림정보통신 사장)=SI는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과 3차 서비스 산업을 통합하고 종합적인 지식인프라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종합지식산업으로서 SI를 2·3차 산업과는 다른 ‘4차산업’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SI는 전체 산업분야에 광범위하고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남궁석(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단순 노하우보다는 필요한 요소기술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know-where) 수많은 컴포넌트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 미래사회를 주도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시스템요소들을 통합, 디자인하고 운영까지 하는 SI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이나 과거 걸프전에서의 공중전 승리는 모두가 ‘SI의 힘’입니다.
◇사회=단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보다는 이를 통합해 주는 SI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컨설팅 등 SI분야의 핵심적인 요소역량부문에서는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상당히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병국(LGEDS시스템 부사장)=국내에서 컨설팅은 물론이고 SI용역에 대해 제값을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투입인력이 지닌 특화된 기술적 능력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투입되는 인력수로만 비용이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고급 컨설팅 인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고, 결국 이는 핵심역량의 외부유출로 이어져 국내 SI산업의 전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사회=국내 SI업체에도 우수한 인력이 많이 있습니다. 국내업체나 외국 컨설팅업체나 인력의 자질면에서는 거의 비슷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인데도 외국 컨설팅회사로 자리를 옮기면 갑자기 인건비가 올라갑니다. 외국 컨설팅업체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외국기술에 대한 막연한 선호도 때문이며 외국 컨설팅업체의 정보력이나 능력은 실제에 비해 상당부분 거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병국=공감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LGEDS시스템만 해도 190명 이상의 국내외 석박사급 고급 컨설팅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고급 인력이 수행하는 컨설팅이나 SI사업에 대한 보상수준은 너무나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실한 개념 정립과 함께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수립돼야 합니다.
◇남궁석=컨설팅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정부나 기업 고객들도 이제는 SI의 역할이 단순히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이 필수적으로 부가돼야 한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외국업체들이 기본 컨설팅이나 설계와 같은 전초작업부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업체들도 배워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갈정웅=인력이동에 따른 내부역량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식경영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 SI산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내부역량을 축적하지 못한 것은 문제입니다. 그리고 중견 SI업체로서는 전문 컨설팅조직을 별도로 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특화된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확보하는 등 업체별로 조금씩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회=인력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사실 SI산업은 ‘사람 장사’ 아닙니까. 국내 SI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인력들을 서둘러 육성해야 할 것으로 보는데….
◇남궁석=IT인력 부족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과 같은 일반 교육기관들이 종합적인 능력을 지닌 SI인력을 직접 양성해 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SI업체 스스로가 필요한 사람을 직접 길러 쓴다는 각오로 인력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전체직원이 5000명이라면 최소한 10% 정도인 500명은 언제라도 교육을 받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회=최근 국내 SI업체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해외시장 개척입니다. 실제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선진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략과 해외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김병국=국내 SI업체들도 이제는 생존차원에서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또 국내에서 성공한 정보시스템 구축사례를 갖고 해외로 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무런 경험이나 검증받은 노하우없이 무작정 해외로 나가 경쟁에 뛰어든다면 결국 다같이 망하는 결과밖에는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해외시장에서 국내업체들간 과당경쟁은 도저히 눈뜨고 못볼 지경입니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그 이전에 업체 스스로가 각성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갈정웅=해외시장에서의 국내업체간 공조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지난 70∼80년대 건설산업의 해외진출을 통해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의 폐해를 이미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습니까.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회=끝으로 평소 생각하신 SI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이나 업계 또는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남궁석=SI의 진정한 가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보다 창의적이고 뭔가 변화된 요소를 부가할 때 창출될 수 있습니다. 결국 SI업계 스스로가 다양한 산업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전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국가방위시스템계를 SI업체가 자체적으로 수립하겠다는 정도의 목표는 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외시장에서의 과당경쟁이나 최근의 소프트웨어 용역 부가세 문제도 SI업계 전체가 공동대응해 나가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갈정웅=최근들어 SI산업의 고유영역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통신 등 인프라분야의 대형업체와 컴포넌트·콘텐츠 분야 각종 업체가 상호 역할분담의 원리를 무시한 채 무한경쟁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통신프로토콜에도 7개 레이어가 있듯이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김병국=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업영역별로 업체간 협업 내지는 상호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서둘러 마련돼야 합니다. 또 미래 비전을 구현하는 기술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인정해 주는 풍토조성과 함께 시스템통합에 대한 전체적인 개념을 지닌 SI 전문인력의 양성도 시급합니다.
◇사회=SI산업이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산업임을 이 자리를 빌려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관련 연구조합이나 협회 등을 구심점으로 국내 SI산업 발전을 위한 각종 방안이 하나씩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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