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제휴카드

 SK텔레콤이 6개 신용카드사들과 진행중인 제휴카드 프로그램의 협상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폭발적인 시장잠재력을 지닐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동통신 제휴카드의 사업성에 최근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제휴카드 프로그램은 참여사들간 광범위한 협력이 성공의 관건이지만 국내 최대 이통사라는 점과 계열사인 SK㈜ ‘OK캐쉬백’과의 연계를 내세워 협상과정에서 SK텔레콤측의 일방적인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 5월 18일자 13면 참조

 특히 당초 알려졌던 SK텔레콤의 제휴카드 프로그램 추진구상과 달리 SK는 자사 엔크린 서비스는 연계하지 않고 OK캐쉬백과의 통합과정에서도 고객정보 공유 등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 향후 발급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신용카드사들도 참여에 따른 실익이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과정의 진통=SK텔레콤은 LG·삼성·외환·하나·주택·한미 등 6개 카드사와 각각 개별적으로 제휴카드 발급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로 일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계 주변에선 카드사들이 SK텔레콤 고위층에 대한 로비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SK텔레콤측도 개별 접촉을 통해 심지어 수수료 1%안팎의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가 평균 2%를 상회하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를 되돌려달라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제휴카드를 탑재할 스마트카드 발급비용에 대해서도 비자코리아 및 비자캐시측에 분담을 주장하는 등 각 참여주체들과 ‘각개격파식’ 협상으로 뚫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시장지위를 인정하지만 유례없는 요구조건을 내세워 사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대로라면 제휴카드 이용실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카드발급에 따른 실익은 없다”고 고백했다. 현재 시중에 발급된 제휴카드중 가장 높은 사용실적을 보이고 있는 대한항공 마일리지카드가 0.8% 수준에서 책정됐지만 이마저도 발급기관들에는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한마디로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횡포에 가까운 수준인 셈이다.

 ◇예기치 않은 변수=하지만 신용카드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던 SK텔레콤 제휴카드 프로그램에 최근 예기치 않은 걸림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확고한 통합의사와 달리 엔크린·OK캐쉬백의 운영주체인 SK는 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나서 제휴카드 프로그램의 실효성 자체가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SK는 엔크린서비스를 SK텔레콤의 제휴카드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는 한편, OK캐쉬백도 고객정보 공유 등 적극적인 마케팅 연계는 거부하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OK캐쉬백 고객정보는 사전 양해 없이 타사에 제공할 수 없을 뿐더러 SK텔레콤과의 협약사항도 아니다”면서 “독자적인 제휴카드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는 신용카드사들과 엔크린·OK캐쉬백 제휴카드 발급을 확대하면서 자사 제휴카드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SK의 협조가 불가능할 경우, SK텔레콤 제휴카드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KTF가 추진중인 제휴카드와 차별성을 갖지 못한 상품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특히 KTF는 우선 국민카드와 손잡고 SK텔레콤보다 2개월 앞선 오는 7월부터 대대적인 발급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어서 오히려 시장주도권을 뺏길 가능성도 있는 게 사실이다.

 ◇과연 실익있나= SK텔레콤의 제휴카드 협상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주변의 시각은 한마디로 신용카드사들이 실익은 챙기지 못한채 알맹이를 다 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제휴카드는 참여업체들이 각종 로열티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을 고루 부담함으로써 그야말로 윈윈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라며 “결국 신용카드사들이 실익을 보지 못할 경우 SK텔레콤 제휴카드도 실패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협상과정에 참여중인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SK텔레콤이라는 상징성과 시장분위기에 휩쓸려 막연히 끌려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재로선 수익성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현재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통합 제휴카드 프로그램이 신용카드업계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업자간 수익기반 보장 등을 위한 보다 냉철한 시장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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