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연결된 가정용 컴퓨터의 CPU 자원을 한데 모아 슈퍼컴퓨팅을 실현한다.”
한때 공허한 이상으로만 여겨지던 CPU 공유가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P2P(Peer to Peer) 서비스가 단순히 MP3 파일이나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형태에서 이제는 CPU를 공유하는 차원으로 진화·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P2P방식 CPU 공유는 P2P 파일공유 서비스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분산처리’라는 이름으로 과학 프로젝트에 실험적으로 적용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왔다.
그러다 최근들어 파일공유·전자상거래·금융서비스·지식거래·공동작업 등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P2P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CPU 공유가 P2P 서비스의 중요한 형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P2P방식 CPU 공유 기술은 가정용 컴퓨터가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시스템 자원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간단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수천 혹은 수만대 가정용 컴퓨터의 놀고 있는 CPU 자원을 한데 모아 활용한다는 개념이다. 컴퓨터 하나하나를 정보를 처리하는 최소 단위로 생각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하면 하나의 거대한 슈퍼컴퓨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P2P방식 CPU 공유의 모범적인 사례는 그동안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던 ‘세티@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세티는 ‘외계 지적생명체 찾기(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세티@홈’ 프로젝트는 미국 버클리대학의 과학자들이 전파망원경을 통해 외계로부터 엄청난 양의 전파 데이터를 수신하고 이를 전세계 수천만 컴퓨터 소유자들이 나눠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많은 컴퓨터를 연결해 외계로부터 수신된 전파를 분석,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 전세계 수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P2P방식 CPU 공유 서비스는 암 및 백혈병 치료제 개발 등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인텔과 소프트웨어업체인 유나이티드 디바이스, 옥스퍼드대학, 미국 국립암연구재단, 미국 암협회 등은 ‘인류애(Philanthropic) P2P 프로그램’이란 공동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네트워크의 엄청난 연산능력을 이용해 백혈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옥스퍼드대학의 그레이엄 리처드 교수는 “슈퍼컴퓨터 1대로 화학약품의 항암효과를 분석하려면 최소한 여러해가 걸리지만 이 프로젝트를 이용하면 며칠만에 분석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을 일으키는 단백질 파괴 약품을 개발할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업체인 IBM은 P2P 컴퓨팅 기술을 구체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해 현재 P2P 분산처리 기술에 관해 특허출원을 해놓고 있다.
이 기술은 하청업체들이 각 부품을 나눠 맡아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듯 개인용 컴퓨터들에 작업을 분담시켜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구현하자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각 개인들은 IBM이 제공하는 화면보호기(스크린 세이버)를 제공받는다. IBM의 중앙통제 컴퓨터는 특정 개인의 PC가 별다른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PC의 CPU에 작업을 지시한다.
슈퍼컴퓨터를 구입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IBM에 작업을 의뢰할 경우 IBM 측은 각 개인들의 컴퓨터가 쉬는 시간을 이용해 고객들의 의뢰 업무를 처리토록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 위스콘신대학이 교내컴퓨터를 이용해 고에너지 물리학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인 ‘콘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GIB라는 회사가 ‘피코테라’라는 P2P 슈퍼컴퓨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일반인들에게 확산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같은 P2P방식 CPU 공유는 향후 PC는 물론 서버, 주변장치 등의 분야까지 확대돼 컴퓨터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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