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보고서는 e마켓이나 e프로큐어먼트와 같은 특정 모델의 도입이나 선택을 두고 e비즈니스를 고민하던 대다수 기업에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e비즈니스는 생산활동에 기반한 제조업체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일대 변신할 수 있는 중요한 툴로 여전히 유용하다는 면에서 경기침체와 더불어 일각에서 일고 있는 e비즈니스에 대한 무용론이 잘못됐음을 시사한다.
◇시장의 조류로 나타나고 있다=“포드를 더 이상 자동차 메이커로 부르지 말라.” 포드사의 잭 네서 CEO가 지난해 초 모터쇼에서 밝힌 말이다. 뿐만이 아니다. GE는 90년대 중반부터 제조부문의 서비스영역 중요성을 인식, ‘제품서비스’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휴렛패커드사는 프린터 사업을 고객확보 목적으로 저가 판매하는 대신 토너, AS 등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다우케미컬 역시 e비즈니스 추진을 통해 제조업체에서 과학 및 솔루션 업체로 전환된 경우다.
국내의 경우는 얼마전 기업의 비전으로 ‘마케팅기업으로 변신’을 선포한 SK(주)를 들 수 있다. SK의 주력사업은 정유분야다. 국내 정유업계의 고민은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정유업체나 원유를 가공해 국내에 판매하는 외국기업들과 경쟁에서 계속 밀린다는 데 1차적 이유가 있다.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는 제조 자체만으로는 기업의 비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SK가 최근 들어 그룹 관계사가 보유한 고객과 전체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다각적인 시도는 바로 생산이 아닌 서비스에 초점을 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증거다.
기업들의 이같은 변신은 수익원이 제조부문에서 서비스부문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 유통, 금융, 기타 지원서비스 활동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사업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인식의 한계=국내 제조업체 중 서비스기업화로 변신의 필요성을 인식한 기업은 다수다. 그러나 여전히 제품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변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고객문제 해결과 관련된 활동을 산업화시대의 틀 안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장균 연구원이 지적하는 국내 제조업체의 서비스컴퍼니화 문제점은 첫째 사업이나 제품전략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경영체제 측면에서 고객 대응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고객업무는 주로 마케팅 관련부서나 제품 사업조직에 일임하고 있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세번째는 사업 밸류체인 전체를 보는 시각의 문제다. 이 연구원은 “아웃소싱의 증가, 제품의 전자화, IT의 발달로 사업 밸류체인 전체에서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사업방식이 등장하고 있다”며 “특히 밸류체인도 원자재, 부품업체 등 상류부문과의 협력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유통, 금융 등 하류부문과의 협력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이 연구원은 서비스기업화를 지향하는 기업은 우선 제품과 사업전략을 ‘고객지향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데서 출발할 것’을 권고한다. 여기서 솔루션은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밸류 패키징 제품이다. 솔루션 구성형태는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정보통신 기능을 현재의 제품과 결합한 지능형 제품이거나 고객의 제품 구매기획부터 구축에 이르는 활동 전체를 일체화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종합서비스 사업형태가 될 수 있다. 또 이를 포함해 자사 제품의 활용과 관련된 고객운영 영역까지 아웃소싱하는 사업형태도 가능하다.
◇e비즈니스를 다시 보자=새로운 경제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신의 가장 중요한 툴이 e비즈니스임은 틀림없다. 문제는 지금까지 e비즈니스를 기술적 측면이나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국한시켜 접근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경기위축=e비즈니스 중단’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연구원은 “지금까지 제조업체의 e비즈니스는 사업 전체의 비전을 새롭게 짜는 통합된 시각과 전략에서 출발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며 “e비즈니스가 뭔가, e비즈니스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출발하지 말고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변신해야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GM이 추진한 e비즈니스가 eGM사업부를 설치하고 차량 서비스 사업의 기반을 구축하며 딜러 네트워크와의 통합추진으로 드러났지만 이는 서비스기업으로 변신이란 대명제가 전제돼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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