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문화의 달>`e세상`이 물흐르듯 생활속에 스며든다

한적한 시골길. 비구니가 길을 걷고 있다. 길은 끝이 없다. 이 길을 검은 색 수녀복을 입은 젊은 수녀가 자전거를 타며 지난다. 수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비구니 주변을 맴돈다. 비구니는 수녀의 자전거 뒤에 타고 수녀의 허리를 잡고 미소를 짓는다.

 SK텔레콤의 광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인간과 인간이 만난다. 그 속에는 종교도, 계급도, 성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인도, 나이어린 소년도 인터넷 세상에서는 하나의 완성된 존재가 된다.

 바로 e라이프, 가난함과 부유함, 학력, 계급이 없는 인터넷이 꿈꾸는 평등한 세상이다.

 ◇세상을 여는 문 ‘인터넷’=안산에 사는 이성구씨(46)는 장애인이다. 그는 최근 위암수술을 받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이성구씨에게 인터넷은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창문이다.

 불편한 몸도, 인터넷 사이버 세상에서는 일반인처럼 자유롭다. 미국·프랑스·호주를 가고 싶으면 수초 이내에 달려갈 수 있다.

 채팅방에서 이씨는 자유인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친구들을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며 많은 정보를 주고 받는다. 최근에 사이버 공간에서 사귄 장애인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지만 서로 사진을 주고 받아 전혀 낯설지 않다. 이미 오랫동안 사귄 사람처럼 다정한 사이가 됐다.

 어릴적 소아마비로 절름거리는 이씨의 다리도 e라이프에서는 축구선수의 그 것 만큼 튼튼하고 힘이 있다. 피파2000을 하며 그는 고종수·호나우두가 된다. 가끔은 농구게임을 하며 샤킬오닐처럼 덩크슛을 하고, 스타크래프트에서는 테란의 맹주가 된다.

 철학과를 다니는 대학 신입생 딸을 위해서 인터넷을 통해 과제물 자료도 찾아준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에게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메일을 보내는 자상함도 잊지 않는 아빠이기도 하다. 이씨는 그래서 자유롭다.

 ◇하나의 세상이 열린다=인터넷은 세상을 하나로 묶었다. 시간과 공간이 합해진 4차원의 공간이 인터넷에서는 활짝 열려 있다.

 사이버 공간에 집을 짓고 아바타라는 가상의 자신을 만들어 거주하게 한다.

 기업들은 모든 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처리한다. 자본주의의 꽃인 상품판매도 인터넷 세상으로 옮겨왔다. 인터넷이 자본의 흐름을 통제하고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여기에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모바일 세상이 가세한다. 2600만명에 이르는 이동전화가입자들은 주머니 속에 작은 세상 하나를 넣고 다닌다. 이동전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전세계 어느 곳과도 통화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cdma2000 1x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동전화를 이용한 인터넷접속도 가능해졌다. 비록 단순한 정보 습득이나 소일거리 정도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모바일 인터넷이 세상을 주도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정보이용의 생활화=올해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초고속인터넷가입자도 600만명을 넘었다. 대단한 증가세다. 여기에 무선인터넷 이용자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은 이미 ‘e세상’이다.

 올해 정보문화의 달 캐치프레이즈는 ‘정보이용의 생활화’. 정보가 곧 자본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원천이 된다는 것은 언론에서만 떠드는 일이 아니다. 정보 이용을 일상 생활로 느끼고 즐길 때 비로소 e세상이 열린다.

 정보이용의 생활화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21세기 국가 경쟁력 강화가 된다. 산업사회의 국가 경쟁력은 부존자원, 인구, 제조업 등으로 가늠됐지만 정보화 사회 21세기에는 이같은 양적 기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는 누가 정보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느냐가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중요한 경쟁력의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덕에 정보는 무한대로 유통되고 이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고 활용하는 능력이야 말로 개인, 나아가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북구의 작은 나라 핀란드는 노키아라는 회사를 앞세워 전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을 제패했다. 핀란드 국민들은 생활의 절반 이상을 이동전화단말기를 통한 정보 이용에 할애한다. 초등학교에서 양로원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이동전화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정보’를 활용한다. 단말기 제조업 경쟁력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정보 이용을 생활화하려면 ‘정보’를 친숙하게 여겨야 한다. 초등학생 학습용 참고서로 ‘철학아 놀자, 수학아 놀자’라는 제목의 책이 히트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라면 어딘가 어렵고 막연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아날로그 세대, 경제적 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정보를 친구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앞장 서서 ‘정보’와 친구가 돼 보자. e세상은 정보를 생활로 받아들이는데서 출발한다. 올 6월은 정보이용의 생활화가 정착되는 분기점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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