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원
“우리는 이전보다 더 원격교육의 교육학적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원격교육의 독특한 특징에 대해 민감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최근의 기술공학적인 도전 속에서 그것을 유지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오토피터스의 이러한 지적은 우후죽순으로 남발하는 지금의 사이버 교육에 대해 우리가 가진 모호하고 피상적인 ‘상식’과 ‘오해’의 틀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사이버 교육에 대한 그의 통찰은 이를 단지 값싸고 신속하게 먹어치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 정도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에 대해 날카롭고도 정중한 메스를 가하고 있다.
사이버 교육이 최첨단의 테크놀로지와 급속한 기술적 성취로 인해 그 존재가 더욱 부각되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공학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육학적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끈질기고 치밀한 통찰을 가하고 있는지는 반성해 보아야 할 문제다.
지금까지 교육해 오던 방식, 교육받아 오던 방식으로 실제 사이버 교육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당혹스러움이 무엇인지를 안다.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나 도대체가 혼란스러운 것이다. 일방적으로 들려오는 교수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때’에 30분 이상 컴퓨터 모니터를 집중하는 것은 맹렬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습자의 모습이 아닌 전자칠판만 바라보며 30분 이상 수업 내용을 전달하는 일은 몇십명이 모인 교실에서 60분 강의하는 것 이상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효과적인 동기유발 전략과 상호작용 기술들, 학습과정을 독려하기 위한 여러 운영전략들, 최신의 기술들 등 사이버 공간에서 최선의 교육환경을 설계해 보려는 이러한 과정 가운데 필자의 가슴 한 구석에서는 늘 15주 사이버 강의 동안 단 2번 있는 오프라인 수업시간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이버 교육의 주체들은 오프라인 교실을 그리워하게 된다.
이러한 사이버 교육의 실상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미래지향적이고 대안적 교육의 모습, 자기주도적인 학습자들, 철저하게 교육수요자 중심의 수업모델이라는 것이 사이버 교수학습 환경에서 뭔가 속시원하게 검증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의심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바는 사이버 교육이라는 것이 전통적 학습방식과 공학적 도전에 맞서는 근본적인 ‘교육의 본질’을 묻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 교수·학습에서의 핵심은 배우는 자가 그에게 의미있는 정보·지식을 스스로 알아가도록(구성해 나가도록) 그 ‘환경’을 ‘촉진’해 주는 데 있다. 교수자는 가장 골자가 되는 교육목표와 학습자원을 제시하되 그 이후 전개되는 전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습자의 주도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학습자는 스스로 내가 과연 이 단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지를 판단해야 하고 어떤 자료를 참고해야 하는지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등을 직접 결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러한 학습자 중심으로의 힘의 이동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사이의 힘의 재분배, 즉 새로운 역할 정립을 일깨우고 상하관계가 아닌 동반학습자(co-learner)로서 촉진적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사이버 교육에서의 본질을 형성한다. 이는 학습자와 교수자 모두에게 고통으로 다가오기 쉽다. 학습에 대한 철저한 주체성과 책임감, 끊임없는 성찰을 요구하며 그 참여 정도에 따른 평가와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꽤 ‘즐거운 곤혹스러움’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버 교육은 단순히 하우(how)의 개념을 넘어서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그 술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사이버 교육의 주체들이 과거의 ‘주기만 하던 교수방식’ ‘받기만 하던 수업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교수·학습과정에서 진정한 ‘주인(ownership)’이 되었을 때에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교육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이를 간과한 사이버 교육의 확대는 교육방법의 발전일 뿐 교육본질의 발전은 아니다.
approach@keris.or.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ET톡] 지역 중소기업
-
9
[데스크라인] 변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
10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