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국산네트워크장비 푸대접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네트워크시스템 구축을 위한 장비입찰시 국산장비를 푸대접해 국내 장비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대통령 비서실과 한국과학기술원, 외교통상부 등이 네트워크장비에 대한 입찰을 실시하면서 입찰참여조건에 특정 외국업체 제품을 명시하거나 일부 특정업체 제품만이 갖고 있는 기능 및 운용체계를 요구하면서 국산 장비의 입찰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 국내업체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은 지난 2월 실시한 네트워크장비 입찰공고에서 입찰품목을 라우터의 경우 ‘시스코7206 2세트’, 허브의 경우 ‘시스코 카탈리스트3524XL 5세트’ 등으로 명시해 시스코 이외의 다른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국내 네트워크장비 업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이 이번에 구매한 장비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제품이 이미 국산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및 성능에 대한 비교테스트도 없이 특정 외국업체 제품을 입찰공고에 명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원은 지난 4월 캠퍼스 전산망 구축을 위한 입찰공고에서 ‘시스템 구축에 사용되는 장비는 핵심 코어제품에서부터 범용제품인 스위치 허브에 이르기까지 동일 제조사 장비여야 한다’고 명시해 코어제품인 120 급 스위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국내업체의 경우 나머지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해 국내 장비업체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다음달 15일 입찰예정인 외교통상부의 여권발급망 구축을 위한 장비구매 입찰공고에는 ‘NMS 및 랜케이블을 제외한 모든 납품장비는 동일 제조사 제품이어야 한다’고 명시해 백본 라우터를 공급할 수 있는 외국업체만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외교통상부는 장비명세 항목 중 라우터의 경우 특정업체만이 사용하는 운용 SW와 프로토콜을 명시해 사실상 장비공급업체를 지정해 놓은 것과 같은 실정이다.

 이밖에 올해 입찰을 통해 네트워크장비를 구매한 충청북도 농업기술원·동대문구청·노동부·조달청·광주시교육청·남양주시청·광주소방안전본부·중랑구청 등도 입찰공고시 국내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조항들을 삽입해 국산 네트워크장비가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산 네트워크장비의 기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성능테스트가 까다로운 통신사업자들의 벤치마킹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이 여전히 국산장비의 구매를 꺼리고 특정 외국업체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국산장비를 우선적으로 구매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제품의 기능과 가격을 고려해 장비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공정한 경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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