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32>
그럴 때면 내가 욕을 먹은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에게 한 욕설은 아니지만 정치 일선에 나선 이상 나도 그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역겨운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한번은 한 동안 소식이 없던 룸살롱의 설 마담한테서 전화가 왔다. 기업을 경영할 때는 일주일에 두서너 번씩 거의 단골로 출입을 하다가 정가로 들어오면서 발을 뚝 끊자 전화를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비서가 바꿔주지 않자 이번에는 무슨 기업의 대표라고 거짓말을 하고 나를 바꾸게 하였다.
“의원님 되었다고 그렇게 모른 척하세요?”
귀에 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찡하고 울렸다.
“왜 그래?”
“바꿔달라고 여러 번 청했는데 계속 없다고 하고 전해 주지도 않는 듯했어요.”
“뭐라고 했는데?”
“홍다랑의 설 마담이라고 했죠, 뭐.”
“그러니까 바꿔주지 않는 것이지. 워낙 바쁜 일이 많아서 말이야.”
“아무리 술집의 마담이라고 해도 용건이 있으면 바꿔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최 회장님, 아니 최 의원님이 비서 훈련 다시 시키세요. 우린 사람이 아닌가요? 저도 유권자예요.”
“알았어. 용건이 뭔가?”
“왜 우리 집에 안 오세요? 정치인이 되면 룸살롱에 오면 위법인가요?”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로 요정에 가서 식사를 해.”
“요정이나 룸살롱이나 같은 거 아니에요?”
“글쎄, 다음에 술 마실 일이 있으면 가지.”
“올 시간이 뭐하면 제가 찾아뵈면 안될까요?”
“바쁜 데 오지 마.”
“정말 그러지 마세요.”
여자는 앙탈을 하더니 꽃을 사들고 의원 사무실로 왔다. 마침 내가 집무실에 있을 때였다. 나는 보좌관과 비서 보기에 민망했다. 그렇다고 그녀를 문전에서 박대할 수도 없어 들어오라고 해서 소파에 앉히고 차를 대접했다.
“내가 얼마나 출입을 안 했지?”
“몇 달 되었어요. 전에는 일주일이면 두세 번씩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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