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니지`의 폭력성

 

 온라인 게임 내의 아이템을 사고 파는 불법 행위가 성행하면서 국내의 대표적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의 ‘폭력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올 4월까지 발생한 사이버범죄 2920건을 분석한 결과, 게임관련 사기범죄가 674건으로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게임관련 사기는 4월에만 224건이 발생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의 사건이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관련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리니지의 심각성은 아이템의 불법 매매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 상대방의 캐릭터를 살해(PK)하고 아이템을 빼앗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사태가 급기야는 현실에서 폭력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PK로 아이템을 빼앗긴 일부 게이머는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나 이를 감독해야 할 당국에서는 ‘나 몰라’로 일관하고 있어 애꿎은 사용자들의 피해만 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는 최근 리니지의 불법 아이템 거래와 폭력성에 대한 각종 민원이 폭주하자 엔씨소프트와의 협의를 통해 PK와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방지하는 방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PK나 불법 아이템 거래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다는 불만이 우세한 것 같다.

 특히 그동안 인터넷 성인방송이나 웹 게임사이트, 만화사이트 등에 대해서는 사이트 폐쇄나 청소년 사용 불가라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리니지에 대해서는 꼬리를 내리는 태도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게임업계는 한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도박과 폭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하지만 리니지로 대표되는 온라인 머그게임으로 인해 건전한 게임문화 창달을 위해 나름대로 힘써온 업계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에서 서비스에 들어간 리니지는 캐릭터 살인 등 폭력성으로 인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의 도약을 위해 게임의 폭력성은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게임을 사랑하고 즐기는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문화산업부·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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