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벤처캐피털은 사실상 신규투자를 중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상당수 벤처기업들은 국내자본 대신 미국이나 일본·동남아 등의 벤처캐피털·기관투자가·기업 등 해외자본을 찾아 나섰고 이러한 수요에 부응해 해외 기업설명회(IR) 업무를 대행하는 중개알선 전문기관도 상당수 생겨났다.
당시 국내 벤처기업들이 적극 외자유치에 나선 배경에는 국내 벤처캐피털들의 자사 기술과 사업모델에 대한 가치평가가 인색하거나 부정적이라는 판단과 함께 오히려 해외투자가들을 상대로 펀딩을 추진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주위의 몇몇 벤처기업들이 대규모의 해외자본 유치에 성공한 사례에 더 고무된 점도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필자가 평소 알고 지내는 한 IR업체도 지난 여름 해외 IR프로그램을 주관해 여러 벤처기업들과 미국 원정(?)에 나섰던 적이 있었다. 당시 IR실무자들은 보름간 참가한 벤처기업들의 사업모델을 점검하고 영문사업계획서 등 투자설명회 자료를 준비하면서 이번 해외IR는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에 행사 포기도 고려했지만 이같은 기회조차도 국내 벤처들에는 사업계획을 평가받고 해외파트너도 물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혹시나 했던 기대는 당초 참석예정이던 기관투자가들의 텅빈 좌석을 목격하면서 불안으로 바뀌었고 준비 부족에 대한 참여기업들의 실망 그리고 국내 벤처의 기술과 사업에 대한 현지의 무관심으로 행사장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큰 꿈을 품고 태평양을 건너간 우리의 벤처기업들에 닥친 현실은 높은 벽과 실망 그 자체였다.
위 사례는 무엇보다도 해외IR는 국내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만큼 사전준비가 더욱 철저해야 함에도 국내 벤처기업들이 이를 자주 간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설명회에 참석할 투자자가 누구며 또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만나고 보자’는 식은 너무도 무모한 시도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에 열린 넷월드 인터롭2001 전시회에 국내 유명 스토리지업체와 함께 참가한 D사의 경우는 긍정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내로라 할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의 강자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자리에서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은 구매상담을 받았고 현지투자자와도 여러차례 미팅을 가질 수 있었다. 몇달전부터 야무지게 참가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매출과 투자유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시작은 제대로 한 셈이다.
기업투자(corporate invest)를 받으려면 더욱더 상대방의 관심분야와 경영전략에 대해 치밀한 탐색과 그에 따른 명확한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투자가는 벤처캐피탈이나 금융투자가들과 투자욕구(needs)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들은 현지법인 설립을 기본전제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해외자본시장은 우리 벤처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관문이다. 그렇다고 힘과 용기만으로는 열리지 않는다. 지혜와 전략을 갖고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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