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시장의 불황과 소비력 감소는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둔화조짐과 일본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우리나라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같은 국내외의 부정적 환경은 아케이드(오락실용) 게임산업에도 예외없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9년 우리나라의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최대 호황을 누렸다. 이른바 DDR로 대변되는 댄스 게임기의 열풍으로 시장규모가 8000억원에 달했다. 오락실용 게임 개발업체들이 이때처럼 좋은 적은 없다고 할 만큼 최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지난해 전년대비 7% 증가한 8500억원에 머물렀다. 올해는 성장률이 더 감소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99년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댄스 게임기를 비롯한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 때문이다.
◆DDR 이후 대안부재
그러나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의 열기가 한풀 꺾인 2000년부터 국내 아케이드 게임시장은 그 열기를 이을 새로운 게임이 출현하지 않자 다시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경품 게임기 등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시장을 지배하는 듯했으나 마니아층까지 형성했던 음악 시뮬레이션 게임에 비하면 그 영향력은 턱없이 작았다.
즉 댄스 게임의 대인기가 게임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왔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양한 게임이 시장에 공급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최대 장애물로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DDR류 게임의 기현상적인 인기폭발로 시장이 팽창할 대로 팽창한 상황에서 이를 유지할 만한 대안이 마련되지 못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을 축소시켰을 뿐 아니라 총체적인 불황까지 가져온 것이다.
국내 시장이 이처럼 위축된 상황에서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의 총아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세계 게임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말고는 불황타개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간 구체화된 현실은 그동안 들인 공에 비하면 실망스럽다. 지난 99년 9000만달러를 상회했던 아케이드 게임 수출규모는 지난해 들어 20%나 감소해 7000만달러선으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식으로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해서 수출이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내수안정을 기반으로 한 수출강화
한국게임제작협회 관계자는 “내수시장의 기반을 닦아놓지 않고서 수출에만 집중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게 게임산업의 인프라를 살찌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지난해 국내 게임업체에 대해 작품전시 거부 등 차별대우를 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일본 아케이드 게임 전시회 잠마쇼가 좋은 예다.
오는 9월 열릴 잠마쇼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회원사로 가입한 일본 기업에 국한돼 있다. 잠마(JAMMA)라는 말은 일본 ‘어뮤즈먼트머신공업협회’의 준말이며 일본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의 단체다.
일본은 지난 99년 잠마쇼에서도 일본 현지법인에 한해 참가자격을 부여하는 등 외국의 우수한 제품이 일본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한편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물론 세계 최대 게임강국 일본은 이 때문에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세계화에 배치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99년 일본의 아케이드 게임 시장규모는 약 1조700억엔. 이 가운데 내수가 4500억엔이며 수출은 6000억엔이 넘어 우리와 달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
우리나라의 게임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PC 게임 1032억원, 온라인 게임 429억원, 아케이드 게임 8500억원이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을 아케이드게임이 주도하고 있다고 할 만큼 아케이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러나 아케이드 게임의 내수시장 안정을 위한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등급분류 등 각종 게임관련 정책과 제도는 PC 게임과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창성만이 살 길이다
해외 시장 진출은 고품질의 신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인 전제다. 국내의 게임개발 능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고 평가되고 있는 만큼 ‘포스트 DDR게임’ 개발을 위한 열기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심의기준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자금지원이 확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시장의 안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의 신제품 개발이 이뤄질 때 해외 시장 개척이 본격화될 것이다.
게임 한 종류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최초 기획단계에서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게임 하나가 국내외 게이머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높은 품질과 독창성을 내세운 게임만이 수없이 쏟아지는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정보수집 및 기획단계에서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개발이 이뤄져야만 해외 시장의 접근이 용이하며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해외지사 설립을 통해 정보수집 능력을 높이고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PC의 일반화와 통신망 발달로 인해 이젠 안방에서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같은 시장변화에 맞춰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가정용 게임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에 눈을 돌리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틈새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독창적인 게임이 나오려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만큼 개발 후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개발시간에 대해 더욱 배려할 필요가 있다.
<최승철기자 rockit@etnews.co.kr>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해외시장 진출 환경
- 세계 게임산업, TV·영화산업 능가하는 문화산업의 총아로 부상
- 일본 게임산업의 성장 둔화(아케이드 게임산업 3년째 성장률 감소)
- 신규 시장(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부상
- 가상현실·체감형 게임기 등 특수게임기 수요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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