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악학궤변>록의 밴드 아시아의 새 앨범 ’아우라

82년 ‘아시아’라는 슈퍼 밴드가 등장했다.

 데뷔 앨범 ‘아시아’는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9주간 정상을 차지하며 ‘히트 오브 모먼트’와 ‘온리 타임 윌 텔’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켰다. 당시 아시아의 멤버로는 프로그레시브 밴드 예스 출신의 스티브 하우(기타)를 비롯, 버글스와 예스 출신 저프리 다운스(키보드), ELP 출신의 칼 파머(드럼), 킹 크림슨과 유라이어 힙, UK 등을 거친 존 웨튼(보컬과 베이스) 등이 활약했다. 하나같이 전설적인 밴드 출신으로 이뤄진 아시아는 69년 에릭 클랩튼(기타와 보컬), 진저 베이커(드럼), 스티브 윈우드(키보드와 보컬), 릭 그레치(베이스) 등이 모여 만든 전설적인 밴드 ‘블라인드 페이스’ 이후 최고 밴드로 평가됐다.

 아시아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화려하면서도 진보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며 멤버들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2집 ‘알파’ 역시 플래티넘 앨범으로 기록되며 그들의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스티브 하우가 탈퇴한 뒤 발표한 ‘아스트라’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저 우리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간 숱한 밴드 중 하나로 잊혀져갔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잊혀지긴 했을지언정 해체되지는 않았다. ‘프리 버드’의 레너드 스키너드나 ‘더스트 인 더 윈드’의 캔사스 같은 전설 속의 밴드가 해체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앨범을 발표하는 것과 같다.

 아시아는 칼 파머와 존 웨튼 등 핵심멤버가 다 빠져나갔지만 사운드의 핵인 저프리 다운스가 존 페인(베이스와 보컬)을 새로운 파트너로 맞이해 ‘아쿠아’ ‘아리아’ ‘아레나’ 등의 앨범을 발표했다.

 아시아의 앨범을 보면 음악 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데뷔 앨범부터 줄곧 재킷을 그려주고 있는 로저 딘의 환상적인 아트워크와 스펠링이 ‘A’로 시작해서 ‘A’로 끝나는 단어로만 앨범 타이틀을 정해온 규칙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아우라’에는 이전에 아시아 멤버로 활동했던 스티브 하우, 팻 스롤(기타), 사이먼 필립스(드럼) 등이 참여했다. 또한 토니 레빈, 비니 콜라이우타 등의 일류급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일렉트로닉 팝 스타일인 ‘어웨이크’, 코러스가 인상적인 차분한 발라드곡 ‘레디 투 고 홈’, 전형적인 아시아 스타일의 ‘더 라스트 타임’ 등은 아시아의 팬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매력적인 곡들이다. 이밖에도 ‘프리’는 전성기 때의 아시아를 연상케 하는 힘과 긴장감이 넘치는 대곡이고 ‘아우라’는 영화의 긴박한 추적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경쾌한 연주 음악이다.

 본작은 분명 ‘히트 오브 모던트’ 시절의 음악과는 다르게 들린다. 그후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아시아의 사운드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음악에서 ‘패기’가 ‘노련미’로 대체됐을 뿐이다.

 <팝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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