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말이 됩니까.”
그동안 잘 알고 지내던 업체의 한 임원이 기자를 보자마자 흥분해 던진 첫마디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화나게 했을까. 내용은 이렇다. 기업간(B2B) 솔루션 전문업체인 A사가 얼마 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표준제정기관인 로제타넷으로부터 임원사로 가입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물론 임원사로 등록하면 1년에 5만달러라는 회원비 납부가 전제 조건으로 따라 붙는다. 회비가 우리돈으로 6000만원이나 돼 꽤 비싸긴 하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의 국제표준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데다 표준 제정 및 기술 습득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검토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A사는 결국 로제타넷의 제의를 거절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회비가 경비로 지출돼 경영지표를 악화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회비 6000만원이 회계 계정에서 경비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화가 나지만 외부자금 유치를 위해 로제타넷의 회원사 위촉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B2B 솔루션, 아니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세계적인 표준 제정에 의견을 개진하고 방향을 주도하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이 SW업계의 골리앗으로 성장, 왕좌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세계적인 표준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SW업계의 생명력은 ‘타임투마켓’, 즉 발빠른 대응력이다. 아무리 기술력 있는 제품이라도 세계 표준을 외면하거나 시간에 뒤지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결국 기업이 국제표준 제정에 참가하는 것은 기술을 주도하는 동시에 최단시간 내 표준을 수용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경영 활동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투자되는 돈이 경비로 처리돼 경영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업의 회계 처리에서 계정과목이 사안별로 달리 적용돼서는 안된다. 그렇게 해서는 투명한 경영활동을 담보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국제표준 활동을 위한 비용을 경비로 규정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예외 규정을 적용해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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