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e마켓](1)과연 실패한 모델인가

 ◆지난 한해 국내 기업간(B2B) 상거래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핫이슈 중 하나는 단연 e마켓이다. 오프라인에서 보기 힘든 대기업 컨소시엄이 만든 e마켓부터 그룹 관계사의 구매물량을 기반으로 출발한 e마켓, 그리고 B2C에서 시작된 e마켓까지 국내 e마켓수는 수백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히 파악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한때 B2B의 성공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은 e마켓은 1년여 만에 수익모델에 회의가 일더니 이제는 아예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었다’는 근본적인 회의론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 됐다. 특히 올 들어 개별 기업의 e프로큐어먼트 구축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들어 일부에서는 e프로큐어먼트가 ‘실패한’ e마켓의 또 다른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연 e마켓은 B2B의 실패한 모델인가. e프로큐어먼트는 B2B의 또 다른 대안인가. 업계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e마켓 위기론의 실체와 e마켓의 생존전략 등에 대해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한해 e마켓의 큰 조류 중 하나는 컨소시엄이었다. 구매자의 ‘바게닝 파워(협상력)’을 내세운 제품가격 인하가 e마켓 이용시 1차 효과로 부각된 당시 이 구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들이 모여 만든 e마켓은 성공의 보증수표를 안고 시작했다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불과 1년여 만인 지금의 현실은 이와 너무 다르다. e마켓을 설립한 기업들조차 자사가 참여한 e마켓에서 온라인구매를 하는 데 머뭇거린다. 아예 어떤 기업은 자사가 투자한 e마켓이 아닌 다른 e마켓을 통해 아웃소싱을 의뢰했다. 주주사의 구매는 기본이 될 것이라고 여겼던 e마켓의 이같은 기대는 이처럼 여지없이 무너지고 몇몇 e마켓은 아예 SI와 같은 솔루션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e마켓, 주주사도 외면하는 e마켓. 거래가 일어난다고 해도 e마켓 스스로가 거래 수준을 밝히기를 꺼리는 것만큼이나 미미한 상황. 이 정도면 국내 e마켓의 현주소는 암울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도대체 e마켓은 구매 당사자인 기업들에 왜 외면당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같은 질문에 대해 모든 e마켓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실제 아이마켓코리아, MRO코리아, LG유통(LGORM), B2B옥션과 같은 e마켓을 찾는 기업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결국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e마켓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두번째는 e마켓에 대한 인식 재정립이다. 지금까지 e마켓은 ‘구매력의 극대화, 오프라인 공급선의 다변화’ 등을 통한 가격인하가 최고의 효과로 인식돼 왔다.

 화학 e마켓을 예로 들자. 화학은 제조공정에 따른 시장의 공급선이 체계화(체인망)돼있는 업종 중 하나로 타 업종보다 온라인거래로 유도하기 쉬울 것으로 여겨졌다. 화학업종의 대표적인 S사는 주요 생산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3개사로부터 나눠 구입한다. 우선 독점공급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원자재에 수입품이 섞여 있을 경우 이해가 쉽다. 두번째 이유는 품질이다. 앞의 S사는 3개사로부터 구입한 동일한 재료를 섞은 후(블렌딩) 자사가 원하는 가장 최적의 제품으로 튜닝(정비)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단가와 제품 질이 보장된 최고의 경쟁상품이다.

 이런 사례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행하고 있는 원자재에 대한 ‘전략구매’가 이미 개별 기업의 노하우로 자리잡혀있고, 특히 시장에서 경쟁관계의 기업들과 공유되기 어려운 관행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e마켓을 이용한다는 것이 단순한 가격인하 효과를 보기 위해서거나 업무 절차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차원의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B2B기업 한 관계자는 “제품가격은 구매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구매의 ‘바로미터’는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며 “e마켓을 이용한다는 것이 e마켓의 소싱력(제품공급력)을 전제로 하는 것일 때 최소한 개별 기업이 기존 거래선으로부터 얻는 안정성과 신뢰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관계자도 “기업이 e마켓을 이용했을 때 실제 효과가 어디에 있는지 e마켓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돼야 기업과 e마켓 모두 공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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