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와 함께 가전왕국 일본을 이끌고 있는 파나소닉의 한국현지법인 공식 출범식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조용한 가운데 치러졌다.14일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오픈식은 언론에도 전혀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 임직원 및 대리점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일본 교과서 문제로 인해 민감해진 국내 소비자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게 파나소닉코리아측의 설명이다.
백색가전까지 포함하고 있어 국내 가전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기업의 이같은 행보는 일본 가전메이커들이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파나소닉코리아뿐만 아니라 소니, JVC, 샤프 등도 최근 직접적인 마케팅은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들 업체는 수입가전이라는 이미지를 직접 심어주지 않는 봉사활동이나 제품협찬 등의 간접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것으로 마케팅을 대신하고 있다.
교과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같은 소극적 마케팅은 앞으로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수입가전업계의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수입가전업체의 이같은 행동을 두고 ‘부자 몸조심’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수입가전업체가 겉으로 숨죽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산 가전판매량은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자부가 최근 국회에 보고한 ‘수입선 다변화 품목의 수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제 컬러TV, VCR, 카메라 등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9년 6∼7%에 머무르던 것이 지난해에는 12∼13%로 두 배 가량 증가했으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오는 2004년에는 최고 30배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또 전자상가에서도 최근 홈시어터, DVD플레이어 등의 일산 디지털 가전의 인기는 높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조용하면서도 실속은 다 챙기고 있는 수입가전업체들이 괜히 나서서 역효과를 낼 이유가 있겠냐”며 “특히 이제 막 국내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국내 민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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