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리스·잭 트라우트 지음/십일월출판사 펴냄
코카콜라는 콜라의 제왕이다. 그러나 맛으로 따지면 단맛을 첨가한 펩시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많다. 그래서 펩시는 젊은층을 상대로 눈을 가리고 맛 좋은 콜라를 가려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프로모션 방법으로 동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등은 펩시가 아니라 코카콜라다. 그렇다면 ‘맛 없는’ 콜라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들에 의하면 ‘마케팅은 제품과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어서 특정 시장의 대표 브랜드 두세 개만 기억할 뿐 그 외의 브랜드는 뇌세포 속에 차지할 여유공간이 없다. 이것이 대부분의 시장에서 두 개 정도의 메이저 브랜드만 살아 남는 이유다. 그리고 그 몇 개의 유력 브랜드 가운데서도 예외없이 먼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들어간 브랜드가 선두를 차지한다. 코카콜라의 경우도 그렇고, 컴퓨터의 IBM, 렌터카의 허츠(Hertz), 진통해열제의 타이레놀, 햄버거의 맥도날드, 자동차의 GM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자들은 말한다. ‘더 좋은 제품을 팔기보다는 최초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 시장을 선점한 업체에 비해 더 좋은 제품을 갖고 있다고 납득시키기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일이 훨씬 쉬운 것이다.’
그런데 경우가 이러하다면 비즈니스란 것이 너무 재미가 없어진다. 무조건 먼저 일을 벌리기만 하면 ‘대박’이 터지고 후발업체는 아무리 땀 흘려 고생해도 빛을 볼 수 없다. 다행히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그렇지 않을 뿐더러 이 책의 저자들도 더욱 구체적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만들어 놓았다.
첫째, 무조건 처음 시작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즉 ‘시장보다는 고객의 기억 속에 맨 처음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누군가 먼저 시장에 진출해 있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 업체가 실질적으로 고객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지 못하면 후발업체도 얼마든지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둘째, 이미 강력한 선두주자가 있는 경우에도 답은 있다. ‘어느 영역에 최초로 들어간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최초로 뛰어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라.’ 미국의 맥주시장에서 하이네켄은 최초의 수입맥주였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하이네켄은 불티나게 팔렸다. 이를 본 어느 미국 맥주회사는 ‘수입맥주가 고가로 팔리는 시장이 있다면 고가로 팔 수 있는 국산맥주 시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최초의 고가 국산맥주인 미켈롭의 판촉활동을 개시하여 하이네켄보다 두 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또 밀러 라이트가 최초의 국산 라이트 맥주로 위세를 떨친 지 5년 뒤, 어느 수입업자는 ‘국산 라이트 맥주 시장이 있다면 수입 라이트 맥주 시장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암스테르담 라이트라는 수입 라이트 맥주를 들여와 크게 성공했다. 저자들에 의하면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영역은 둘 이상으로 분할된다.’ 맥주시장 전체에서는 선발주자가 아닐지라도 특정 세분시장에서 선발주자가 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고객의 인식 속에 새로운 시장영역을 만들어 그 영역을 개척한 최초의 브랜드로 기억에 남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일단 목표고객과 목표시장을 정했으면 거기에 전일적으로 충실해야 한다.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또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다. 맥도날드가 어린이 옷을 팔았을 때, 제록스가 PC를 생산했을 때 그들은 모두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고객의 머리 속에 기억된 내용과는 상이한 제품을 팔고자 했기 때문이다.
반면 말보로는 다른 담배회사들이 여성을 타깃으로 시장을 넓히기 위해 여성 모델을 사용할 때 남성 모델을 고집했으며 그 뒤에는 한술 더 떠서 남성 중의 남성인 카우보이를 모델로 등장시켰다. 그래서 카우보이들만 말보로를 피웠는가. 아니다. 말보로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남녀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가 됐다. 자동차업계에서도 벤츠는 고급, 볼보는 안전, BMW는 주행 편리성이라는 각기 하나의 속성에 프로모션을 집중한 결과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가 됐다.
전략이란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선택이란 무주공산의 새 영역을 찾는 것이고 집중이란 양 다리 걸치지 않고 한 길로 가는 것이다.
이 책은 마케팅에 관한 지혜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수많은 마케터들이 이 책을 바이블로 삼아 고객의 마음 속 한 편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메시지가 강하고 뚜렷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만 단순화의 오류는 없는지 잘 따져가며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마케팅의 개념을 파악하는 데 이만한 책도 없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 ceo@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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