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세계적인 e비즈니스 열풍을 타고 온오프라인 산업 전반에 불어닥쳤던 e마켓 열기가 최근 들어 갑자기 식어버린 듯한 형국이다. 이보다 앞서 증시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몰락해버린 ‘닷컴’들의 부침과도 견줄 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섣부른 평가절하는 막연한 장밋빛 환상만큼이나 위험한 게 사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경제질서가 글로벌 디지털경제 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과 개별기업이 e비즈니스를 현실과 접목하고 있는 추세에 항상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비즈니스는 일종의 ‘전술’이지만, 기실 디지털과 네트워크를 축으로 한 신경영 전략을 철학으로 담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전자상거래(EC) 테마는 빠르게 중심이동을 해 왔다. 초창기 인터넷쇼핑몰 중심의 B2C 모델에서, e베이·옥션 등의 급성장을 내세운 경매, 지난해 B2B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e마켓은 B2B 비즈니스의 정점에 있었다. 이같은 관점에서 짚자면 e마켓도 경제발전의 한 산물이자, 시기와 상황에 맞게 진화해 나가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러나 최근 e마켓의 수익성·사업성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사업자들조차 수익모델 구축에 혼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e마켓 회의론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오프라인 대기업들이 속속 설립했던 소모성자재(MRO) e마켓들이 하나같이 실거래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최근 엔투비(http://www.entob.com)는 수수료 0%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e마켓 태동기의 확고한 수익기반으로 여겨졌던 거래중개수수료가 더 이상 수익원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돼 버렸다. 공개형(퍼블릭) e마켓들은 이제 솔루션 판매나 구매·판매 대행, 협업시스템 등으로 서서히 수익기반을 옮기고 있다. 전자업종의 컨버지(http://www.converge.com)·이투오픈(http:www.e2open.com)·일렉트로피아(http://www.e-pia.com)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적인 제조업종의 대기업들도 이제는 내부 조달시스템 정비를 통한 공급망관리(SCM)·전자조달·온라인판매 등 이른바 프라이빗(사설) e마켓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삼성전자 등 유수의 기업들이 연내 가동을 목표로 실제로 무게중심을 사설 e마켓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형 e마켓들이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는 수익기반 확보전략이나 사설 e마켓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는 게 사실. B2B와 이를 실현할 e마켓이 향후 e비즈니스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은 확실하지만, 전통적인 관행에 익숙해 있는 현재의 상거래 환경에서 당분간 시행착오와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본지와 한국전자거래진흥원·한국무역정보통신이 공동 주관하는 ‘e마켓플레이스 페어 2001’은 이처럼 e마켓을 둘러싼 주변여건과 생존전략을 총체적으로 진단하는 첫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펼쳐질 전시회에는 산업자원부가 지원하는 20개 B2B 시범업종 관련 업체들을 포함, 특색있는 전문기업 50여개가 대거 참여해 국내 B2B환경을 선도할 나름의 대안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16,17일 양일간 열리는 콘퍼런스는 산자부 등 정책 담당자들과 IBM·HP·컨버지·세사미·하나로통신·트레이드카드 등 주요 기업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공동 활로를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마켓은 한순간 등장했다 사라질 ‘유행’이 아니며, 이번 행사가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중인 업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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