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이제는「대박시대」오나

이미 국민적인 영화로 자리매김한 ‘친구’는 이제는 신드롬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년층을 타깃으로 한 복고풍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략 50만명의 중년 남성이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인터넷 동문회 사이트에는 죽마고우를 찾는 중년층이 부쩍 늘고 있다. 올해 초 한달 회원 가입이 1만명에 불과했던 ‘다모임’은 ‘친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4월 초부터 회원수가 2배로 증가했다. 경쟁사인 ‘아이러브스쿨’도 회원수 증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패션가에도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기능성 남성 정장이 30∼40대 초반의 ‘패션 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LG패션의 타운젠트, 코오롱의 맨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친구’에서 ‘오래되고 편한 벗’에 대한 향수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중간 간부급 회사원을 겨냥한 기능성 옷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 정장은 20∼30대가 즐겨찾는 캐릭터 정장과 사뭇 다르다.

출판계에도 ‘친구’가 떴다. 유신시대를 거쳐 6공까지 고교동창생 4명의 이야기를 다룬 은희경씨의 장편소설 ‘마이너리그’가 최인호씨의 ‘상도’를 앞질러 1위 판매 문고로 등극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행하는 사투리는 ‘시다바리가’ ‘친구아이가’ ‘고마해라 ∼마니 묵었다’ 등의 새로운 유행어를 낳고 있다.

 복고풍 영화 ‘친구’는 30∼40대 중년 남성들의 잊혀졌던 우정에 불을 붙이고 있다. 영등포의 ‘친구’ 상영관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연희씨는 “학창시절 친구로 보이는 중년 남성손님들이 갑자기 늘고 있다”며 “영화 ‘친구’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간에 화제에 불러모으고 있는 ‘친구’는 문화 상품으로서도 대성공을 예약해 놓고 있다. 이번주초 63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아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현재의 입장료 수입만으로도 300억원을 능히 벌어들였을 것이라는 게 충무로의 분석이다. 더구나 상영일이 아직 상당기간 남아있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0만장 이상 나갈 비디오 판권은 장당 최소 1만7000원으로 어림잡아도 20억원. 여기에 TV판권도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관계자들은 ‘친구’가 우리나라 영화사상 처음으로 한 작품으로 500억원을 벌어들일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친구’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한국판 블록버스터로서 이제까지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던 대박의 꿈을 실현하면서 관련 시장, 산업, 문화 전반에 메가톤급 태풍을 몰아치고 있다.

영화 ‘친구’의 500억원대에는 못미치지만 음반, 게임, 캐릭터 분야에서도 사회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블록버스터들이 최근들어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이른바 한국에서도 거대 문화 상품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음반 분야에서는 100억원 이상의 돈을 긁어 모은 작품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 첫 밀리언셀러인 그룹 god의 3집 ‘거짓말’은 지난해 말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200만장이 팔렸다. 대략 20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조성모의 3집 ‘아시나요’와 탤런트 이미연의 편집 앨범인 ‘연가’ 등도 누적 판매량이 100만장을 넘어섰다.

 이같은 밀리언셀러 음반들은 가수와 저작권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고 있다. god의 경우 총 제작비로 4억원이 투자됐지만 음반기획사와 가수에는 57억원을 가져다 주었다. 파생 수입도 막대하다. god의 CF 출연료가 4배 이상 뛰고 출연 섭외도 쇄도하고 있다.

 게임과 캐릭터 등 새로운 문화 산업 분야에서도 최근들어 100억원대 이상의 상품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 ‘리니지’ 하나로 지난 한해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PC게임의 명가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이라는 게임 시리즈 하나로 지난 94년부터 최근까지 65만장을 판매했다. 대강 잡아 2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벌어 들인 셈이다. 또 판타그램은 지난해 출시한 ‘킹덤 언더 파이어’라는 PC게임을 40만장 정도 판매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밖에도 외산 게임 중에는 최근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서만 200만장, ‘디아블로2’가 100만장을 돌파했다.

 인기 만화인 짱구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게임의 경우 97년 8월 이후 지금까지 4종의 시리즈가 출시돼 패키지 25만장, 주얼 75만장 등 100만장 정도가 판매돼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 당당히 100억원대 문화 상품으로 등극했다.

 이들 블록버스터는 특히 n세대 군단을 거느리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리니지’의 누적 회원수가 자그마치 110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창세기전’의 소프트맥스는 최소한 20만명이 넘는 n세대들을 마니아층으로 거느리고 있다. 이들 n세대 군단을 바탕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연간 2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온라인 게임 시장을 일구어냈으며 ‘창세기전’은 국산 게임의 르네상스를 앞당기고 있다.

 또한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연간 2조원 규모에 이르는 PC방 시장을 창출해 냈으며 현재 n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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