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윈윈전략의 폐기와 상승나선효과 

◆서현진 인터넷부장 jsuh@etnews.co.kr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윈윈(win win)이란 미국의 국방정책을 대표해온 군사전략용어다. 두 개의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두 지역 모두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 그 골자다. 91년에 처음 제기돼 클린턴 정권기를 관통하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 국방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전략이 됐다. 윈윈은 또 동시 다발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승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나 전략적 요충지에 지상군 및 전략무기를 집중배치하는 전통적인 전략과는 비교되는 개념이다.

 윈윈의 태동은 기본적으로 전세계의 군사역학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전략의 기술적 배경은 과학기술과 IT의 발달이다. 과학기술은 고성능 전략무기의 개발을 낳았고 정보통신 기술은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의 등장을 가능케 한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윈윈은 기업의 경영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화가 급진전되면서 기업들의 경쟁은 전쟁을 불사하는 지경으로 치달았고 그 중심에 윈윈전략이 자리를 했다. 윈윈전략이 가장 설득력 있게 파고들었던 분야는 IT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비즈니스다. 인터넷이 지향하는 분산화(decentralization)가 윈윈 전략의 속성에 그대로 닿아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인터넷현상의 이론적 배경이 된 수확체증의 법칙이나 메트칼프법칙(metcalfe’s law)도 윈윈전략의 산물로 보는 견해도 나타났다. 심지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결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할 때도 윈윈의 개념이 원용되기도 한다.

 윈윈은 그러나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전쟁을 하나의 전쟁으로 간주하는 전략적 무모함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 전략에서는 한곳을 잃고 한곳에서 얻는다면 ‘반타작’이겠지만 윈윈전략 하에서는 전략적 패배가 될 수밖에 없다. 전쟁수행이나 기업경영을 일종의 제로섬게임으로 보는 계산법이다. 전쟁 수행자나 기업경영 책임자 입장에서 보면 윈윈전략은 그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미국정부가 10년간 유지해온 윈윈전략을 폐기하고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고 선언했다. 지상군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공군과 해군의 비중을 높여 전력의 경량화를 꾀하고 기동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윈윈이 분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새 전략은 여기에 다시 강력한 통제가 가능한 중앙집중화(centralization)가 가미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윈윈전략 수립 때보다 몇 단계 발전한 IT가 적용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전쟁수행방식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승리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그리고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부터 신속하게 치러지게 되는 것이다. 전쟁수행의 기본 조건 역시 효율성에 바탕이 주어지게 된다고 한다. 전통적인 군사전략과의 차이점은 IT가 신속한 선택과 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발견된다. 윈윈전략을 전후로 한 시기부터 미국의 군사전략과 IT의 발달은 상호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상승나선(positive spiral)효과 관계를 이루어 왔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IT의 발달은 윈윈전략의 수립에 크게 기여했고 윈윈전략은 초기 인터넷비즈니스 유형의 정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 영향을 받은 인터넷비즈니스는 다시 이번에 발표되는 21세기형 전략 수립의 배경이 됐다.

 이런 관계와 추세속에서 본다면 미국의 새 군사전략은 앞으로 인터넷비즈니스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기대가 지난해 ‘붐’ 이후 질곡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인터넷업계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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