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사이버게임즈」 정식 종목 발표

오는 12월 개최될 제1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의 정식 종목이 발표되자 관련업계에서는 명분과 실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세계 게이머들이 국가대항전을 벌일 만한 인기있는 게임을 정식 종목에 포함시키지 못함으로써 자칫하면 함량미달의 세계대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4개 게임인 ‘피파 2001’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Ⅱ’ ‘퀘이크 3’ ‘하프라이프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세계적인 게임대회라면 꼭 포함돼야 할 게임들이 빠졌다.

특히 국내에서 개최되는 프로게임리그를 포함해 각종 게임대회의 주종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가 빠졌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지난 2월 집행위원회가 선정한 12개 후보 종목에 올라 있음에도 최종 결정에서 빠져 게임업계는 물론 e스포츠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또한 12개의 후보 종목에 올라있던 철권, 그랑투리스모, SSX 등 비디오콘솔게임 3개 종목도 모두 탈락했다.

 현재 결정된 게임 종목만으로 본다면 제1회 WCG는 PC와 비디오 콘솔게임 분야에서 제일 인기있는 2개 게임(스타크래프트와 철권)을 제외하고 세계 대회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집행위측이 스타크래프트와 철권을 정식 종목에서 제외한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더욱 안타깝다. 종목선정위 관계자는 “이번 심의과정에서 스타크래프트와 철권 등 2종의 게임을 정식 종목으로 내정했지만 블리자드와 소니 등 관련 게임업체들이 각사의 게임을 WCG의 정식 종목으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제외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블리자드와 소니 등 세계적인 게임 메이저 업체들이 WCG를 세계적인 e스포츠의 제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며 주관사측 마케팅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한가지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결정된 내용을 들여다 보면 국산 게임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실익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후보작에는 미니게임인 포트리스2블루와 전투 테트리스 등 2개작이 포함됐지만 종선위 심의 과정에서 모두 탈락했다. 물론 세계적인 지명도가 없는 국산 게임을 함부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할 경우 세계적인 게임대회로서의 위상을 해칠 것이란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산 게임이 하나도 없는 외산 잔치를 벌이게 됐다.

 더욱이 김한길 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 나설 정도로 문화관광부가 공들인 행사가 외산 게임만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를통해 국산 게임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당초 대회 개최의 취지는 무색케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세워 외산 게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주는 행사를 벌이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을 내놓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제품 또한 상당수에 달한다”며 집행위측의 결정을 안타까워 했다.

 업계에서는 이에따라 WCG를 주관하는 업체가 너무 마케팅 차원에서 종목을 선정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대회 진행 일정 등에 차질이 없다면 문화부, 게임업계, e스포츠 업계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적 기구를 개설해 이 문제를 재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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