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규제완화 요구 배경과 전망

 최근 경제단체들이 잇따라 규제완화를 요구하게 된 일차적인 배경은 악화일로에 있는 수출감소와 경기불안이다. 수출이 계속 악화되면 내수경기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장기불황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는 정부도 깊이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정부는 수출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제도개선책을 내놓고 국무총리를 필두로 세일즈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의 이같은 대책이 기본적인 현실인식에서부터 업계와 궤를 달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재계는 수출감소에서 비롯돼 불안해진 경제상황의 발단이 대외 경제여건 악화 때문이라는 인식에는 서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법이나 경기전망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상황이 내부요인이 아니라 외부요인이기 때문에 대외 경제여건이 호전되면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비록 발단은 대외 경제여건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현 상황이 정부의 중단없는 개혁과 구조조정작업이 지나친 규제를 양산, 결과적으로 업계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는 국내 산업경쟁력이 약화돼 대외여건이 호전되더라도 혜택을 누리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문제의 발단보다는 내부의 근본문제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른 셈이다.

 정부는 중단없는 개혁과 구조조정이 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반면 업계는 경제활력을 떨어뜨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시각차는 이번 전경련 건의를 받아들이는 정부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진념 부총리는 전경련이 건의서를 제출한 지난 1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계가 규제완화를 건의하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가급적 이달안에 답변을 주겠다”면서도 “출자총액 제한제도의 경우 재계가 얼마나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 국민에게 보여주고 완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이 건의한 7개 부문 33가지 제도개선 내용은 대부분 IMF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개혁과 구조조정과정에서 입안된 규제들이다. 전경련의 건의서는 결국 정부의 개혁과 구조조정 정책과정에서 양산된 과다한 규제가 기업들의 활력을 떨어뜨렸으며 이를 완화해야만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진 부총리의 언급에서 보듯 정부는 업계가 개혁과 구조조정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보다 확실한 개혁과 구조조정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중단없는 개혁론자인 진 부총리의 발언과 달리 최근 여당 내부에서조차 개혁의 피로감이나 개혁 마무리론이 대두되는 여권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번 건의서 제출은 집권 후반기를 맞은 정부가 개혁과 구조조정 정책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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