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21>
선거가 끝나고 개표에 들어갔다. 나는 다른 당 간부들과 함께 당사에 나가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았다. 밤이 깊어가면서 각 지역의 현황판에는 개표결과가 보고되어 들어왔다. 개표보고는 방송국 보도보다 앞선 지역도 있고, 뒤지는 지역이 있었다. 붉은 글씨로 표시되는 당원의 개표에서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표가 많은 후보자에게는 박수까지 쳤다. 성급한 당 간부는 그 후보에게 축하전화를 보내기도 했다.
나는 내가 자금을 지원한 후보들에 대해서 신경을 썼다. 자금을 지원한 보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켜보았다. 그들 중 반이라도 당선이 된다면 만족을 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당선되었다. 자금을 지원한 20명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16명이 당선되었다.
그 내막을 알고 있는 총무를 비롯한 총재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자금지원 사실은 같은 당 간부라고 할지라도 잘 알지 못하는 극비사항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하는 너댓명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전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개표결과는 자정이 넘어서면서 윤곽을 드러냈지만, 지역에 따라 새벽까지 가기도 했다. 집권 여당에 비해 두 표가 많았다. 제3당의 표도 만만치 않았고, 무소속의 표도 다른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나왔다. 집권 여당은 정국을 이끌어 나가는데 난감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결국 패배했다는 말이 된다. 그 어느 당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제1야당은 집권 여당 표보다 많았지만, 과반수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어느 당도 과반수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무소속과 제2, 제3 야당과 연합을 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최 위원장, 나하고 사우나에 가서 몸을 풀지 않겠소?”
박상우 총재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오더니 말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에게 말했다.
“총재님, 끝까지 결과를 보고 눈을 붙이겠습니다. 총재님이 먼저 들어가시죠.”
“지금 몇명 남지 않았는데, 상황으로 보아서 결과는 뻔하지 않소? 저기 길 건너에 가면 밤을 새워 경영하는 사우나가 있지. 가서 같이 사우나나 하면서 앞으로의 정국을 의논해 봅시다. 홍두섭 총무도 같이 갑시다.”
박 총재는 나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홍 총무를 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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