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상근부회장 lee3922@kitia.or.kr)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경제 또한 그 영향속에 고물가·저성장 및 수출감소라는 악조건에 놓여있으니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경기가 깨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부터는 우리나라 수출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설비투자가 올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고, 부품·소재 수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 낙관적으로 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하반기에는 해당 부품·소재 수입이 본격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경기회복이 자칫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과거에 완제품 위주 성장정책으로 부품·소재의 수입유발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독자기술력이 취약하여 대부분의 핵심부품을 해외 공급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전개되면서 완제품 중심의 경쟁구조가 부품·소재 중심의 경쟁구조로 전환되고 있고, 부품·소재관련 기술이 신기술·신제품 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다. 부품·소재산업의 기술혁신이 산업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는 21세기의 대세 속에서 우리의 부품·소재산업은 오히려 가장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이 되고 있으니 21세기 선도국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의 부품·소재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는 다품종 소량의 주문생산에 의존하는 영세한 구조이며 둘째는 조립업체인 대기업에 전속적·수직적 계열기업 형태로 종속된 취약한 자생력이다.
현 상황이 이러다보니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은 핵심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제품 위주 생산, 조립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완제품 수출이 핵심부품의 수입으로 연결돼 기계류·부품·소재산업의 무역적자가 전체 무역적자를 상회하는 무역구조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이전에는 우리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무역역조 현상을 타개할 수 없다. 우리나라 부품·소재업체들이 전문화·대형화 기반을 구축하여 세계적인 글로벌소싱 추세에 대응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부품·소재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시행하고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를 설립,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의해 시장친화적 부품·소재기술개발 시스템을 도입하여 부품·소재전문업체를 지원하는 연유는 바로 이런 데 있다.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은 전산업 경쟁력의 핵심요인이며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고부가가치를 지향하는 무역구조 체질개선의 첫 걸음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부품·소재산업을 국제경쟁력을 갖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이해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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