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C) 기반기술 가운데 핵심 분야인 ‘전자지불’ 표준화 작업이 산자·정통 양부처와 관련 기관들의 주도권 다툼에 얽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두 부처가 각각 하위기관들에 산재됐던 각종 EC 기반기술 표준화 작업을 단일화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해 전자상거래표준화통합포럼(ECIF)을 설립해 놓고도 유독 지불 분야에서는 1년이 돼 가도록 실무 기술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실정인 것이다. 이에 따라 ECIF는 9일로 예정된 이사회까지 양 부처의 의견조율이 힘들 경우 지불분과 기술위원회는 제외한 채 전자카탈로그·전자상거래서비스·전자문서 등 3개 분과만 절름발이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불의 중요성=차세대 정보기술(IT) 시장, 특히 EC 환경에서 지불기술이 갖는 중요성은 가히 독보적이다. 비대면 온라인상에서 돈이 오가는 각종 상거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지불대안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B2C·B2B·B2G·전자무역 등 EC가 빠르게 세분화되고, 지불수단도 전자화폐·전자외상매출채권·전자수표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표준화요구는 점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지불은 EC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반기술의 정점인 셈이다.
요즘 각종 IT 프로젝트를 놓고 정부 부처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지불분야는 특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ECIF 관계자는 “당초 핵심분야로 선정했던 4대 기술위원회 가운데 지불분야가 빠질 경우 사실상 EC 표준화작업은 알맹이 없이 겉돌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같은 중요성 때문인지 각 부처나 해당 기관들도 서로 주도권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마찰=지불기술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전자지불포럼(의장 정인식)과 전자화폐표준화포럼(의장 김형주). 전자지불포럼은 태생부터 정통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설립돼 각종 정부 프로젝트의 창구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자화폐표준화포럼은 산자부 ‘개방형전자화폐’ 개발사업 주관기관인 한국IC카드연구조합 주도로 결성됐다는 점에서 각각 표준화와 관련한 양 부처의 공식라인이다. 현재 지불표준화를 공전시키고 있는 요인은 양 기관의 단순한 주도권 대립인 것처럼 비춰진다.
전자지불포럼이 ECIF 지불기술위원회를 위임받는 것을 전제로 지금까지 참여를 미뤄온데다 표준화 지연을 이유로 IC카드연구조합이 지난달 전자화폐표준화포럼이라는 개별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자지불포럼과 정통부의 과욕이 보다 짙게 깔려 있다는게 속사정을 아는 주변의 시각이다.
전자지불포럼은 최근 지불기술위원회를 위임받는 것을 전제로 ECIF에 참여키로 했지만 한발 더 나아가 전자화폐표준화포럼 회원사들의 가입을 또한 요구하고 있다. 전자화폐표준화포럼 관계자는 “지불기술위원회의 위임을 통해 주도권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준화를 빌미로 타 기관 회원사들을 대거 영입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표준화라는 대의와 무관하게 정통부와 전자지불포럼이 산자부측 업체들에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CIF 관계자는 “전자화폐표준화포럼의 회원사가 다시 전자지불포럼의 회원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가입비·연회비 등 별도의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현실성이 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자지불포럼 조영휴 사무국장은 “이같은 방안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바 없다”면서 “다만 비용부담없는 특별회원 가입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해결의 목소리=ECIF와 업계는 산자·정통 양 부처가 관련 기반기술 표준화를 통합, 추진키로 이미 합의한 만큼 부처 정책라인에서 강력한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두 부처와 기관들이 계속해서 이해다툼을 벌일 경우 그동안 민관차원에서 함께 노력해 온 표준화작업이 아무런 성과도 보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참여기업들도 이같은 문제점에 휘말려 진이 빠져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ECIF 관계자는 “지불정책에 관련해서도 산자부는 디지털전자과와 전자상거래총괄과, 정통부는 전자거래기반팀과 정보보호산업과 등으로 각각 찢겨져 같은 부처 내에서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실정”이라며 “양부처 최종 결정라인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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