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콜러ID 유료화

 요즘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여보세요’ 대신 대뜸 ‘웬일이야’ 하는 대답을 들을 때가 많다.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의 위력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유선사업자에 이어 이동통신사업자들도 이달 8일을 전후해 대부분 2000원이라는 요금을 책정하고 발신자번호표시(CID) 유료서비스에 돌입했다. 그동안 말이 많던 요금문제가 한편으로는 매듭이 지어진 듯하다.

 그러나 아직 이 유료서비스를 두고 보면 개운치 않은 부분이 많다.

 2000원 정도로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으면 됐지 할 수도 있으나 다시 생각해보면 왜 유료로 하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당초 이 서비스는 통화 시 두 대화자간의 공평한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CID가 가능하도록 법이 변경되면서 시작된 것이다. 즉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의 정보를 동등하게 공유해 양측이 선택의 권리와 알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만이나 일본은 우리에 앞서 CID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내 번호를 알리려 하지도 않았는데 상대편은 내 번호를 알고, 상대는 그 대가로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서비스다. 즉 유무선통신사가 돈내는 사람에게만 정보공유의 권리를 팔고 있는 것인데 정보라는 것 자체도 결국은 이용자 자신의 개인정보다.

 무료로 제공하는 발신자번호표시 금지서비스와 유료인 CID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없도록 한 것도 문제다. 따라서 CID 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번호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화를 걸 때마다 전화번호 앞에 ‘23#’을 눌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것은 소비자들에게 유료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하는 상술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또 당초 동등한 정보공유의 취지를 벗어나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 4월 한 달간 실시한 무료 시범서비스 이용자가 예상보다 훨씬 못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 사업자들은 유료화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무료화를 추진한다고 설명하는데 오히려 이 서비스를 무료화해야 보편화가 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생활전자부·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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