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에 선 리눅스>(2)신뢰성이 시장 진입 열쇠

전문가들은 대개 컴퓨터 운용체계의 변화를 10년 주기로 본다. 하나의 운용체계가 개발된 후 처음 10년은 도입기, 그 다음 10년은 성숙기, 마지막 10년은 정리기다.

 이 말대로라면 올해가 리눅스가 태어난 지 11년째이므로 리눅스 활성화의 원년이 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리눅스 시장의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특히 다국적기업과 국내 대형 SI업체들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리눅스 전문업체들은 분야별로 새로운 생존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성숙되지 않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엔터프라이즈 시장은 리눅스 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그만큼 리눅스 전문업체뿐 아니라 다국적기업과 대형 SI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다. 작년에는 인터넷 붐을 타고 성장한 닷컴기업이 리눅스 업체의 주요 고객이었지만 올해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금융권 등 명실상부한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미 대한항공이 수익관리와 운항관리시스템 분야에서 리눅스 도입 의지를 밝혔고 최근 금융권에서 최초로 모 외국계 보험사가 기간업무 중 하나인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리눅스 기반으로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기업의 전산 담당자들은 아직 리눅스 도입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의 생명은 신뢰성으로 리눅스의 장점인 가격경쟁력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눅스 전문업체들의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 열쇠는 신뢰성 구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눅스인터내셔널의 우상철 사장은 이 해답을 대형 SI업체와의 제휴에서 찾고 있다.

 “대부분의 리눅스 SI 전문업체들이 대형 SI업체의 신뢰도를 등에 업기를 바랍니다. 물론 SI업체 입장에서도 리눅스 수요증가에 따른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윈윈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업체도 이와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리눅스원은 지난달 LGEDS시스템과 제휴를 맺었고 리눅스코리아와 리눅스인터내셔널도 굴지의 SI업체와 제휴를 추진해 다음달 초 정도면 공식 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리눅스 전문업체들이 엔터프라이즈 시스템 구축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따라서 현재 각사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성패가 드러나는 4·4분기께면 리눅스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평가가 어느 정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기간시스템과 더불어 캐싱, 클러스터링 등 전용 서버분야의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 분야에서는 자이온리눅스시스템과 시네티아정보통신이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기대되는 임베디드 시장=올해 가장 큰 성장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임베디드 리눅스다. PDA나 세트톱박스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가전에 적용되는 임베디드 리눅스는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사의 요구에 따라 운용체계와 응용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임베디드 리눅스는 통신장비나 공장자동화 분야에서는 소리없이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성지인터넷과 다산인터넷 등의 업체는 자사의 통신 장비를 리눅스 기반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문제는 가장 큰 수요처로 여겨지는 무선인터넷단말기 시장. 아직 팜OS나 윈도CE에 비해 이렇다 할 만한 대표 제품이 없는 상태다. 현재 팜팜테크, 미지리서치, 아델리눅스, 모코코 등의 업체들이 이동전화나 PDA 업체들과 활발한 물밑 교섭을 펼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임베디드 리눅스 업체들은 일단 범용 시장보다 용도별로 특화된 전용 PDA 시장에 주력하면서 하반기 이후에 범용 시장을 노크할 계획이다.

 여기서 문제는 가격경쟁력. 윈도CE에 비해 아직까지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탄력적인 가격정책을 펼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따라서 임베디드 리눅스 업체들은 현재 외국 리눅스 업체와 라이선스를 맺고 있는 브라우저나 그래픽 라이브러리 등의 모듈을 자체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능성있는 데스크톱 시장=작년 많은 리눅스 전문업체들이 배포판 사업을 포기하면서 데스크톱 리눅스는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데스크톱 분야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과정에서 윈도 환경의 소프트웨어 가격에 대해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눅스를 이용한 데스크톱 환경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데스크톱 리눅스의 선두업체는 미지리서치와 한컴리눅스. 두 회사 모두 리눅스 배포판은 물론 리눅스 환경에서 실행되는 업무용 프로그램 패키지를 확보하고 있다. 미지리서치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스타오피스를 한글화한 오픈오피스를, 한컴리눅스는 자체 개발한 한컴오피스 개발을 완료했다.

 이 제품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 해당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브라우저와 전자우편 프로그램,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등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에 비해 최고 20분의 1 가격에 불과한 것이 장점이다.

 미지리서치 조준 부사장은 데스크톱 리눅스에 대해 “가격적인 장점뿐 아니라 지금까지 문제로 제기되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의 파일 호환성 문제도 거의 해결한 상태”라며 “데스크톱 리눅스 환경은 불법복제 문제해결과 소프트웨어 구입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부분의 사용자가 아직 데스크톱용 리눅스 환경 자체를 모르고 있다. 이에 따라 데스크톱 리눅스 업체들은 홍보와 더불어 PC 제조업체에 번들 공급을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용자층이 확대되면서 입소문을 통해 데스크톱 리눅스의 장점을 확산시키려는 전략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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