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벤처기업(655)

 

 

정치 입문<17>

 

 박순호는 강 후보의 상대 후보자와 각별한 사이였다. 박순호는 하양을 통해서 강 후보의 일을 보고 받고 있었다. 그가 선거날짜가 임박해서 낭패를 보게 하려고 돈을 살포하였는지, 아니면 시키는 대로 하다가 잡혔을 때 그 지역 현역인 그의 후원자를 생각해서 알고 있는 비밀을 폭로하면서 스스로 자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강 후보에게는 하양 이외에 공양이라는 여자와 송양이라는 여자가 또 있었다. 모두 스물 댓살 전후의 처녀들이었는데, 그들 역시 오피스텔을 사 주어 기거시키면서 간간이 만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들어온 보고에 나는 더욱 놀랐다. 강 후보가 사귀는 세 처녀 이외에 한 명의 유부녀가 있었다. 그 여자는 서른 아홉 살로 평범한 공무원의 아내였다. 자녀가 둘 있었는데, 한 아이는 중학교에 다니고 다른 아이는 초등학교 학생이었다.

 나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거나 바람을 피우는 것을 보고 분노하지는 않지만, 강 후보가 네 명의 여자를 각기 거느리면서 성에 탐독하는 것에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 같이 마누라 한 여자를 데리고 사는 데도 힘이 들고 신경이 쓰이는데, 어떻게 다섯 여자를 거느리면서 평화스럽게 끌고 가는지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서너 명의 여자를 거느리려면 돈도 적지 않게 들어갈 것이다. 그가 부도를 낸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사생활이 복잡한 강 후보에 대해 정이 떨어져서 더 이상 가까이 하지 않았는데, 역시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사전 집계에 85%의 당선 확률이었던 그가 떨어졌다. 나는 그가 떨어진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치 자금을 지원하였으니 그가 떨어진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을 수 있으나, 사업에서 돈을 투자하여 실패한 것같이 있을 수 있는 실패였다. 강문수에 대한 지원은 기업으로 말하면 실패한 투자일 것이다.

 선거 기간 중 또 하나 골치 아픈 일은 오진숙 후보의 일이었다. 그녀가 세 번 이혼한 사실은 이슈가 되지 못했다. 상대방 후보도 그런 사실을 가지고 공략하지는 않았다. 골치를 썩인 것은 마지막 이혼을 한 남자가 진 부채 때문이었다. 그녀의 세번째 남편은 기업을 경영하다가 부도를 내면서 상당한 부채를 졌다. 부도를 낸 약속어음뿐만이 아니라, 신용으로 얻은 사채도 적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에게 사채를 빌려준 일부 채권자가 그녀를 상대로 고소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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