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동기식 장비 수주전

국내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장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주요 통신장비업체들의 기선제압 경쟁이 치열하다.

 그것은 지난해 말 비동기사업자(WCDMA)로 선정된 KT아이컴이 최근 비동기식 IMT2000 장비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서 신청접수를 공식 선언했고 그 뒤를 이어 SKIMT도 오는 7∼8월 장비 관련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실시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업체의 물량을 따내기 위한 국내외 주요 통신장비업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이번 국내 업체의 비동기 장비 발주는 스페인과 일본 등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들이 상용화 시기를 연기함에 따라 세계 첫번째인데다 이번 장비수주전 여부가 향후 시장의 판도를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외 통신장비업체들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KT아이컴은 시스템 구매를 위해 이미 1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놓고 있어 올 상반기 중 주요 장비 구매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장비 수주전에는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비동기 원천기술을 가진 스웨덴 에릭슨과 캐나다 노텔네트웍스, 핀란드 노키아,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및 모토로라 등 그야말로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들이 모두 참여해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IMT2000 장비시장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오는 2005년까지 세계시장 규모는 70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번 장비 수주전은 국내외 업체들에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일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국내업체들은 이번에 외국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면 앞으로 비동기 분야의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 장비산업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업체들도 비동기에 관한 한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업체는 유럽에 기지국 및 기지국 제어기 관련 기술을 수출했고 올해 비동기식 핵심장비를 시연한 적도 있다.  

 그러나 외국 업체들이 수주전에서 이길 경우 국내 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경쟁에서 탈락한다면 비동기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은 기술독립을 이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도 로열티에다 기술이전 등으로 국내 업체들의 어려움이 적지 않는데 이번 안방경쟁에서조차 탈락한다면 생존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또 가뜩이나 어려운 무역수지 악화를 심화시킬 것이고 단말기·소프트웨어 등 연관산업에 미치는 악영향도 상당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국산 통신장비에 대해서는 정부가 품질인증을 거쳐 판로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내 통신산업 육성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하며 만약 그런 조치가 없다면 자칫 국내 통신시장은 외국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말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관련업계는 응용기술 개발에 치중하는 등 역할을 분담해 가능한 한 이른 기간에 외국에 비해 열세인 통신관련 기술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또 통신장비와 단말기·콘텐츠 등 연관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야 앞으로 계속될 국내외 통신장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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