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벤처기업(653)

 

 정치 입문<15>

 

 “사실은 한 여자에게 말한 일이 있습니다. 좀 창피한 일이라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 순간 그에게는 첩이 많다는 말이 떠올랐다. 많은 것인지, 한 명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마 그 여자라면 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세요. 어떤 여자에게 말했나요?”

 “지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하양이라고 있습니다. 비서나 다름없지요. 그 애에게 말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여잔가요?”

 “믿을 수 있어서 말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떻게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서 그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그 사실을 말했다면 그 여자 한 사람 뿐입니다.”

 그의 어투가 우스꽝스러웠다. 이 세상에 그 사실을 말했다면이라는 것이 과장되고 어색하였다.

 “하양이라는 아가씨가 다른 사람에게 말한 일이 있는지 알아보았습니까?”

 “이 일과 그 애를 연관지어 생각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물어본 일이 없습니다.”

 “지금도 근무하고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어떻게 하다가 그 비서에게 말씀하셨나요?”

 내가 그를 심문하는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같이 지켜야 될 비밀을 그의 잘못으로 새어나가게 했으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그 하양이란 여자는 강 후보의 첩이 틀림없을 것이고, 그런 말을 한 곳이 침실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갔다. 그러나 강 후보는 비서라는 말을 앞세우면서 시침을 떼었다.

 “나는 하 비서에게 돈 관계 일을 맡기기도 합니다. 모두 맡긴 것은 아닙니다만,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지요. 내가 부도가 나서 돈이 없어 쩔쩔 매는 것을 그 애가 알고 있지요. 그런데 큰돈이 보이니까 어디서 났느냐고 물어서 최 재정위원장이 직접 지원해 준 것이라고.”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이 사람이 정치를 제대로 할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대놓고 말할 수는 없어서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홍 총무가 마치 결론이라도 내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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