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 소비자(B2C) 형태의 서버 판매가 가능할까.’
한국IBM(대표 신재철)이 자사 서버 제품의 온라인 판매에 나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확대·개편하면서 유닉스 서버·인텔 기반 서버 등을 판매 품목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IBM의 사이트에 접속해 해당 상품의 구매 주문을 마우스 클릭만으로 끝낼 수 있으며 대금 지불은 신용카드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e서포트/서비스팀 최혜경 부장은 “이번 시도는 인터넷이 새로운 영업채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수요 증가에 대비한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최 부장은 “앞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중대형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버업체들이 협력사를 통한 간접판매 형식을 취하고 있는 국내시장 현실상 한국IBM의 온라인 판매 사업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평가절하한다.
온라인 판매는 업체와 고객간의 엔드투엔드(end to end)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판 유형에 속한다. 따라서 이의 비중이 높아질 경우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채널사들의 반발이 뒤따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다른 문제는 가격 문제. 서버 제품이 대부분 60% 이상의 할인가로 시장에 공급되는 상황에서 정찰제가 필수인 온라인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어려움으로 인해 다른 업체들의 인터넷을 통한 서버 판매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컴팩코리아는 지난 99년부터 노트북을 중심으로 온라인 영업을 벌여왔지만 B2C 형태의 서버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e커머스 사업부 김문태 차장은 “‘e코리아프로그램’ 파트너사들을 상대로 온라인 판매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반고객 대상의 온라인 판매는 당분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인터넷을 구매상담 창구로만 활용할 뿐 판매채널로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이 온라인상에서 구매 문의를 하면 컨설팅을 지원하고 적합한 채널사와 연결해 주는 ‘카탈로그서비스’를 지난해 가을 도입했지만 직접 판매에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후지쯔 역시 상반기 중으로 서버 제품군의 견적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나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는 물론 견적가격의 온라인 공개도 피한다는 방침이다.
한국HP(대표 최준근)도 별다른 온라인 영업 계획을 갖고 있지 않으며 직판 모델로 유명한 한국델도 국내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당분간은 온라인 판매 도입을 미룬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한국IBM의 최 부장은 “총판업체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판매 수위를 조절하고 가격 문제도 정가 외에 고객의 요구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 ‘콜프라이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서버의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될 경우 한국IBM의 사업 성공 차원을 떠나 무분별한 가격경쟁으로 얼룩진 국내 서버시장에 새로운 풍토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국내 서버시장에서 인터넷이 또 하나의 영업채널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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