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기기의 수출이 해를 거듭할수록 활기를 띠고 있어 우리나라가 수년 내 세계시장에서 의료기기 강국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이사장 김서곤 http://www.medinet.or.kr)이 최근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 수출한 액수를 잠정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59.6% 성장한 5200억원(4억1500만달러·1260원 기준)을 기록하는 등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의료용구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의료기기가 해외시장에서 ‘코리아의 깃발’을 높이 쳐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92년 869억원 수준이었던 수출이 94년 1000억원대를 넘어서면서 95년 1283억원, 96년 1618억원, 97년 1976억원, 98년 3012억원, 99년 3263억원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난 92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기 등의 수출성장률은 최소 8% 이상을 기록하는 등 매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산업수출 역군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게다가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수출 품목은 주로 일회용 주사기, 콘돔, 콘택트렌즈, 수술용봉합사 등 부가가치가 낮은 저기술제품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점차 기술 집약형 제품인 초음파영상진단기, 환자감시장치, 전자혈압계, 엑스선진단기, 소독기, 마취기, 자기공명영상진단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출 품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98년도 저부가가치 제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8%였으나 99년도에는 59%로 떨어지는 등 우리나라 의료기기 수출산업의 구도가 점차 고도화되는 추세다.
의료기기 수출이 이처럼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노령화되고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보건의료 및 개인건강에 많은 재원과 시간을 투자하는 등 첨단 의료기기 수요가 확대일로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국내업체들이 스스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해외 시장 개척 등의 노력을 쏟은 결과 다른 전자분야에 비해 미비한 정부의 산업육성책에도 불구하고 국산 의료기기가 유망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메디슨이 3차원 초음파영상진단기의 기술력에 힘입어 전세계 산부인과 초음파진단기시장에서 8%를 차지하고 있고 세인전자·리스템·한신메디칼·로얄메디칼 등 주요 의료기기업체들이 21세기 유망성장 전략 산업으로 떠오르는 의료기기산업 각 분야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업체들은 무한 자유경쟁시대의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초우량기업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최선이고 목표라는 인식으로 전략적 제휴, 해외 현지법인 설립 등 공격적인 자세로 해외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제품 우수성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에서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무역역조 현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입의존도가 비록 지난 98년 80%(수입액 5325억원)에서 99년 65.6%(수입 6870억원)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이 가집계한 지난해 수입액이 전년대비 33% 늘어난 7억3000만달러(9200억원)를 기록, 3억1500만달러(4000억원)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 무역수지 121억달러의 흑자폭을 갉아 먹었다.
이같은 원인에는 이제까지 정부의 지원책이 미흡하면서 비효율적이었고 외산 제품선호, 국내업체의 영세성, 전문인력 부족, 연구개발비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국내 의료기관들이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외산을 선호하는 의식이 워낙 팽배해 수입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사용자들은 국산품이 고장나면 국산제품의 성능을 탓하지만 외산이 고장나면 사용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려버리기 일쑤다.
또 대다수 업체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업체 가운데 지난 99년 연간 생산액이 10억원 이하가 478개 전체 업체의 79.3%인 379개이며 고용종사자가 50명 이하인 업체가 전체의 88.5%를 차지, 영세한 규모를 가지고 있어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한계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연간 생산액이 100억원을 넘는 업체 수가 2.5%인 12개 업체이며 이들 업체가 전체 생산액의 54.6%를 차지하고 있어 업체간 기술격차가 매우 심한 편이다.
또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하는데 있어 제약요건 중의 하나가 연구인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국내 전문적인 의공학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교는 8곳이고 대학원 수는 2곳이어서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매년 의료기기 시장은 성장일로에 있고 의료기기 업체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의공학인력을 양성하는 곳이 적다보니 업체들은 기술인력을 수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특히 의공학 분야는 기초과학분야, 공학분야와 더불어 기초적인 의학지식을 겸비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전문인력을 중장기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제도가 시급하다.
이에 반해 미국·일본·유럽·호주 등은 첨단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클리니컬(clinical) 엔지니어와 바이오메디컬이퀴프먼트(Biomedical Equipment) 엔지니어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44개 전문기관에서 의공학 관련 인력을 집중 양성하고 있다.
연구 개발비가 선진국에 비해 적은 것도 한 요인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의료기기산업을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국가전략산업으로 중점 투자하고 있으나 국내 투자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특히 보건복지부·산업자원부·중기청·과학기술부 등 정부 각 부처별로 한정된 자금을 갖고 수십개 품목과 업체에 지원을 하다보니 분산투자와 중복투자로 연구 개발에 대한 지원책이 커다란 실효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향후 5년간 350억원을 투입해 의료기기산업을 집중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세계시장이 연평균 6% 대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의료기기 분야가 21세기 미래유망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주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오는 2005년까지 세계 6위권 진입, 무역흑자 3억달러를 목표로 하는 ‘전자의료기기산업 육성방안 5개년 계획’을 마련, 올해부터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산자부는 연구소·병원·학계 등 전문가 15인으로 ‘전자의료기기산업발전협의회(회장 하권익 성균관의대 교수)’를 최근 구성,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조 및 개발체계를 확립하는 등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산자부는 또 국내외 시장과 기술동향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서비스하는 사이버종합정보지원센터를 설립함으로써 해외시장 정보에 목말라하는 업체의 갈증을 풀어준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 관련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개밸하고 기술개발 체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산자부·과기부·보건복지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의료기기 지원체제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선택과 집중에 의한 중장기적인 지원책을 수립, 영상진단기기·의료정보·생체현상기록장치·가정용 의료기기 등 유망품목을 선정, 발굴함으로써 기술집약형 제품시장을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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