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T코너]웹서핑의 자유를 달라

 컴퓨터와 전화선만 있으면 누구나 웹 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게 상식이지만 모든 나라에서 그와 같은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포르노, 반정부 내용 등 정부가 금지하는 사이트에는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이들 국가에서 정부와 네티즌들간 쫓고 쫓기는 ‘웹 서핑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각종 첨단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해서라도 원하는 사이트에 기필코 접속하고야 말겠다는 네티즌들과, 이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의 다란지역에 살고 있는 31세의 네티즌은 얼마 전까지 세이프웹(http://www.safeweb.co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반이슬람 사이트와 채팅 사이트를 마음대로 드나 들었다. 세이프웹에 접속하면 그 사이트 안에서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더라도 접근이 차단되거나 방문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가 금하는 해당 사이트를 직접 접속하지 않고 세이프웹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우회접속하는 방법을 택한 것. 말하자면 해외여행을 금지한 나라에 숨겨진 ‘비밀공항’인 셈이다.

 그는 “포르노나 반이슬람사이트를 막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학업에 필요한 인체해부 사이트나 채팅 사이트도 막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이슬람 사이트와 동성애 관련사이트를, 중국은 서방언론 사이트와 파륜궁 관련 사이트를 방문 금지 사이트로 지정, 접속을 차단하고 접속을 시도한 이용자를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들은 위장 서버와 위성전화기술 등 기발한 기술을 이용한 네티즌들의 다양한 우회전술로 인해 통제에 애를 먹고 있다.

 이같은 비밀통로는 세이프웹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 사일런트서프(SilentSurf.com), 어노니마이저(Anonymizer.com) 등의 사이트가 비밀 서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 20달러로 제공되는 어노니마이저의 랜스코헨 사장은 “가끔 정부의 추적을 두려워하는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네티즌들이 20달러 지폐를 은박지에 곱게 싸서 보내오곤 한다”며 “이들에게 언론과 정보습득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오리건 주립대학의 스테판 교수가 학생 2명과 함께 설립한 세이프웹은 11월 사우디 정부가 세이프웹을 접속금지 목록에 포함시키기 전까지 매일 7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기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이 업체는 중국 정부가 자사 사이트로의 접근을 막자 이용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새로운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줬고 이같은 행동이 중국 정부에 발각되자 IP주소를 수시로 바꾸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또 ‘트라이앵글보이’라는 P2P방식의 프로그램을 개발, 사이트 주소변경정보를 수시로 알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위장전술로 트라이앵글보이에 접속하는 네티즌을 적발, 체포하는 등 양측의 물고 물리는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세이프웹을 개발한 스테판 사장은 “인터넷을 차단하려는 시도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발상”이라며 “이들 국가 역시 자유로운 서핑을 허용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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