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가정에서 인터넷의 역할은 이제 가히 절대적이다. 가장 초보적인 e메일이나 정보검색은 물론이고 주식거래·사이버뱅킹·온라인교육·쇼핑·커뮤니티활동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은 이제 21세기 한국 가정의 필수도구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인터넷은 빠른 보급과 높은 활용도는 인터넷에 의해 창조되는 신세대 가정, 즉 ‘e홈’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만 7세 이상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2093만명.
인터넷 인구가 아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4100만명을 무난히 넘어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총 인구수가 4700만명을 돌파한 것을 감안할 때 전국민의 거의 절반 가량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는 거대 대륙 중국 인터넷인구와 비슷한 수준이며 유럽(2000년말 현재 7000만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순히 인구의 증가도 고무적이지만 인터넷 사용자층이 두꺼워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주목되는 대목이다.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아직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이 10∼20대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들어 30∼40대 중장년층의 네티즌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소위 ‘미들넷족’으로 분류되며 다양한 커뮤니티활동을 바탕으로 10∼20대 젊은층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주부들의 인터넷 사용이 최근들어 눈에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인터넷사이트가 등장하고 있으며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주부 전용 채팅방과 커뮤니티가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여기에 노년층, 이른바 ‘실버넷족’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 사이트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주부와 노인들의 인터넷 사용은 국내 인터넷 저변 확대와 이들이 e홈시대의 새로운 주역들이 될 것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 만하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인터넷의 주사용 장소가 회사나 PC방 등 외부에서 점차 가정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10명중 6∼7명은 가정에서 전화선이나 초고속망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이같은 추세는 가구 PC보급률이 72% 수준에 도달했다는 각종 보고서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즉 PC가 가정용 전자제품, 소위 ‘가전’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e홈의 수단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여성 인터넷인구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KRNIC에 따르면 3월 현재 성별 인터넷인구 구성비는 57.1 대 42.9다. 이는 지난 99년 10월 66.9 대 33.1에 비하면 여성인구가 급증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주부들의 인터넷 활용이 늘어나면서 여성인구의 상승세가 남성을 앞지른지 이미 오래다.
지역별 인터넷 활용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재 네트워크장비업계에 따르면 지역별 인터넷 이용률은 50% 전후며 제주, 경북, 강원 등 지방의 이용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며 수도권 등 대도시를 추격하고 있다. 인터넷이 대도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전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인터넷인구 증가와 함께 전반적인 인터넷 사용시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조사기관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인터넷사용자들의 주당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은 10시간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최근 리서치 전문업체인 RI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등과 공동으로 전국 만 10세 이상 64세 이하 51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주당 평균 이용시간은 13시간에 달한다. 하루에 2시간 가량은 인터넷과 함께한다는 얘기다. KRNIC가 전국 7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활용도 조사에서도 평균 이용시간이 주당 10.67시간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이 ‘e홈’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인터넷의 이용목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아직은 인터넷의 최대 이용 목적은 자료나 정보검색이다. 그러나 ‘오락·게임’ ‘메일사용’ ‘학습’ ‘채팅’ ‘쇼핑’ 등 그 목적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개인이나 가족이 홈페이지를 보유한 것도 전체 사용자의 13.4%에 달한다는 보고서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주요 접속 사이트를 보더라도 ‘컴퓨터·인터넷 정보’ 사이트를 필두로 ‘연예·오락’ 사이트, ‘뉴스·언론’ ‘레저·스포츠’ ‘산업·경제’ ‘건강·의학’ ‘사회·법률’ ‘정치·행정’ 등 다양하다. 특히 인터넷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e메일은 이제 인터넷이용자들의 필수수단으로 기반을 잡았다. 이미 인터넷 이용자의 80% 이상이 1개 이상의 e메일 주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심지어 3∼4개의 e메일 주소를 갖고 있는 네티즌도 흔히 볼 수 있다.
가정에서 인터넷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온라인쇼핑의 증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KRNIC조사에 따르면 3월 현재 인터넷 사용자들 중 14% 가량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 경험이 있으며 전체 이용자의 30% 가량이 향후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의 쇼핑 경험률이 남성을 추월, 인터넷이 주부들의 주요 쇼핑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인터넷쇼핑의 주요 구매상품을 보면 ‘도서·비디오·음반’이 40.9%, ‘의류·개인잡화’가 35.7%, ‘가전·전자제품’이 21.8%, ‘예약’이 12.7% 등으로 아직은 규격화된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믿고 살 만하고 결제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인터넷 쇼핑시 느끼는 불만이 높고 지나친 개인정보의 유출이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이버 주식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e홈시대 우리가정의 변화된 생활상이다. 증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을 통해 주식을 사고 팔아본 사람이 80%를 넘는다. 사이버 주식거래는 특히 현저히 낮은 수수료와 간편한 거래방식으로 주식투자가들로부터 인기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대의 사이버 주식거래 국가로 올라선 상태다.
이처럼 가정에서 인터넷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인터넷을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망의 보급이 늘어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본지 조사에 따르면 가정내 인터넷 사용자의 무려 82.7%가 ADSL이나 케이블망 등 초고속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속망의 보급은 빠른 것을 추구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불만을 해소시켜준 측면도 크지만 무엇보다 사용자들의 주머니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월 3만∼4만원만 내면 인터넷에 들어가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e홈시대를 선도할 만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그러나 인터넷이 명실상부한 e홈시대의 핵심 인프라로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 대다수 네티즌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속도의 문제다. 초고속망의 보급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잦은 서비스중단과 속도저하로 네티즌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 서비스업체가 주장하는 속도와 사용자가 체감하는 속도의 차이가 아직은 크다.
인터넷으로 메일이나 단순 정보검색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구매나 업무를 보기 위해선 아직 보안이나 인증, 지불의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넘어야 할 숙제다. 특히 인터넷뱅킹이나 주식거래, 쇼핑, 상거래 등 실제 돈이 지불되는 경우 사용자들의 불안을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아직은 이용자들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주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성인사이트나 자살사이트 등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한 문제도 본격적인 e홈시대로 가는 과도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엔 자살사이트에 심취한 네티즌이 실제로 자살하는 사례가 나타나는가 하면 고액을 지불하며 성인용 사이트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다 윤택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모든 가정의 전자·통신 제품이 인터넷과 연결돼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주고 받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현재 제기되고 있는 부분적인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e홈시대가 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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