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ome]홈네트워크-네트워킹 안되면 무용지물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가정내 전자제품을 모두 첨단 디지털 제품으로 바꾸었다 하더라도 이들 기기를 완벽하게 호환시키지 못하면 네트워킹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를 가능케 하는 기반기술과 운영 소프트웨어는 홈네트워크 구축 작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가정내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외부와 연동되는 확장된 개념의 홈네트워크를 위해서는 외부의 전용선을 가정내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게이트웨이가 필요하고 각 디지털기기 간 접속을 제어할 수 있는 홈서버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가정내에서의 홈네트워크를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기술은 홈서버 자체와 홈서버를 돌아가게 하는 미들웨어의 개발 및 표준화, 각 디지털기기 간 전송기술 개발 및 표준화 등이다.

 특히 홈네트워크와 관련한 표준화 문제는 가전·컴퓨터·통신 업체들이 각자 다른 입장에서 서로 다른 기술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홈서버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이나 전용선, 종합정보통신망(ISDN) 등 외부 인터넷 회선과 접속되며 홈PNA·블루투스·홈RF 등의 인터페이스로 가정내 디지털기기와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홈서버의 대표적 후보로는 디지털TV와 PC가 거론되고 있으며 인터넷 냉장고도 24시간 가동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 소니의 경우 자사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홈서버로 운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홈서버의 종류에 따라 이를 운용하기 위한 미들웨어 개발도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주로 소니나 필립스·톰슨·애플·HP 등은 AV를 토대로 하는 미들웨어를 주창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인텔·컴팩 등 컴퓨터에 기반을 둔 업체들은 PC를 토대로 한 미들웨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하비(HAVI)와 지니·UPnP·OSGi 등이다. 하비(HAVI)는 ‘Home Audio Video interoperability’의 약자로 소니와 필립스·톰슨 등 8개 대형 가전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전송기술로는 IEEE1394를 채택하고 있다.

 UPnP(Universal Plug and Play)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쓰시타·GE 등 154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로 표현되는 윈도 기반의 프로토콜이다. XML은 인터넷용 하이퍼텍스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HTML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인터넷 언어.

 UPnP는 출발선 자체가 가정에 널리 보급돼 있는 PC를 비롯한 정보기기·백색가전을 토대로 해 그동안 사용해왔던 인터페이스를 크게 바꾸지 않고 적용함으로써 경제적으로 홈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니와 OSGi는 넷스케이프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지난 95년말 발표한 인터넷을 위한 프로그래밍언어인 자바를 기반으로 한 프로토콜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오라클 등 54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그룹마다 개발하는 미들웨어가 다르다 보니 자신이 속한 그룹의 미들웨어를 세계적인 표준으로 밀어붙이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국가단위로도 독자적인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의 경우 지난 97년 도시바와 마쓰시타·샤프·도쿄전력·히타치 등 5개 업체가 독자적으로 ‘AVCC(Audio Video Computer Communication)’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에코넷(ECHONET:Energy Conservation and Home Care Network)’을 만들었다. 여기에 NEC와 NTT·소니, 국내의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이 B클라스로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개방형 제어기술로 주로 ‘Local Operating Network’의 의미를 지닌 ‘LonWorks’는 빌딩·공장·선박·철도·챠랑·홈오토메이션 등 컴퓨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분야의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전력선 및 TP선·무선 등의 매개체를 이용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으로 점차 홈네트워크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진영에는 전력 및 빌딩제어와 관련된 17개국의 2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미들웨어 가운데 하비는 올 상반기에 비비드로직 등에서 사용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며 UPnP는 MS가 새롭게 내놓는 운용체계인 휘슬러에 기본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각 디지털기기를 제어할 미들웨어 외에 디지털기기간 전송규격도 이슈가 되고 있다. 유선으로 할 것이냐, 무선으로 할 것이냐 또 속도는 얼마로 할 것이냐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전송규약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룹마다 표준규격 채택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정내 디지털기기를 실제로 네트워크로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전송규격이 통일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PC에 USB 단자가 있다면 여기에 USB관련 주변기기를 자유롭게 접속해 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TV와 냉장고·PC 사이에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전송방식이 동일하거나 호환이 돼야 한다.

 댁내 전송방식은 유선과 무선으로 나눌 수 있다.

 유선방식은 전화선을 이용한 홈PNA(Home Phoneline Networking Alliance)와 이더넷 네트워크 기반의 IEEE1394, 전력선을 이용한 PLN(Power Line Network) 등의 규격이 있다.

 이 가운데 홈PNA는 98년 6월 스리콤·AMD·AT&T 등 11개 회사가 주창해 만든 것으로 현재는 151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초기 1.0버전은 1Mbps의 전송속도를 지원하지만 99년 개발된 2.0버전은 10Mbps의 속도를 지원한다.

 홈PNA는 기존의 전화망을 사용하므로 저비용으로 간단히 고속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별도의 공사를 해야 한다는 점과 접속노드수가 25개라는 점이 한계다.

 이더넷 네트워크 기반의 IEEE1394는 소니와 필립스·애플 등 170여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규격으로 100∼400Mbps의 전송속도를 갖고 최대 63개 주변기기를 연결, 고속으로 데이터를 송수신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JVC·소니·삼성·대우·LG 등이 이를 상용화한 제품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IEEE1394.1의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PLN은 전력선을 데이터 송수신의 매체로 사용하는 규격으로 데이터링크 그룹과 에셜론 등이 참여하고 있다. 속도가 10∼25Mbps 수준으로 빠르고 기존의 전력선을 이용하므로 설치도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계적인 표준안이 마련되지 않아 대세에서 밀려나고 있다.

 무선방식은 블루투스와 홈RF·무선랜 등이 있으며 공통적으로 2.4㎓ 주파수대역을 사용한다. 블루투스는 전송속도가 1Mbps밖에 안되고 동작거리도 짧다는 단점에 비해 앞으로10Mbps수준으로 높아질 예정이고 송수신모듈을 노트북이나 휴대단말기 등에 직접 카드형태로 삽입할 수 있을 정도로 초소형이라는 장점 때문에 댁내 네트워킹의 주력방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텔과 IBM·도시바·에릭슨 등 2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홈RF는 동작영역이 50m로 블루투스방식보다 길고 속도도 2Mbps로 빠르다. 또 음성채널 4개와 데이터채널 1개 등으로 데이터와 음성을 동시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수많은 휴대기기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블루투스와의 간섭현상이 생길 수 있어 미국 FCC는 아직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홈RF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IBM·컴팩·HP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무선랜은 IEEE 802.11 관련 규격을 따르는 것으로 댁내에 하나 이상의 액세스 포인트를 설치하고 수십 또는 수백m 범위의 기기들과 무선랜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97년 6월 제정된 802.11 규격은 2Mbps속도에 그쳤지만 99년 6월에 제정된 이른바 와이파이(Wi-Fi)라고 불리는 802.11b와 802.11a는 각각 11Mbps, 54Mbps의 속도를 지닌다. 이 규격은 기술적인 문제는 없지만 단말기당 200달러 이상이 소요된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홈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식에는 이처럼 여러가지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한가지만 단독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홈서버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방식이 혼용될 가능성도 높다. 이를테면 PC주변기기나 정보기기류는 전송속도가 느리고 도달거리가 짧은 블루투스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고 가전분야에서는 IEEE1394 또는 홈RF·와이파이 등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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