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우리가 알고 있던 마케팅은 끝났다

 마케팅만큼 독자적인 사고와 이론이 구구하게 난무하는 분야도 드물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마케팅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보기가 어렵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과 형태가 달라진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져 보고 코끼리의 모습을 유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코끼리의 전체를 볼 수 없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위치와 부위에 따라 코끼리의 모습을 다르게 묘사하는 것처럼 마케팅에 대해서도 공부를 조금 했거나 경험을 조금 쌓은 사람들이 각자 마케팅이란 이런 모습이라고 자신만의 견해와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이 올바른 마케팅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마케팅은 잘못됐고 자신이 알고 있는 마케팅만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마케팅은 끝났다(The End of Marketing As We Know It)’라니. 얼마나 도발적이고 교만한 제목인가. 앞서서 마케팅 사고를 개척하고 가꿔온 선구자들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불경한 의도까지 옅보이기도 한다.

 얼핏 제목만 보면 독자의 관심을 끌어 책을 팔려는 속셈이 있지 않나 의심을 가질 수 있다. 보나마나 뻔한 내용을 야하게 포장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3류영화 제목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제목의 책을 쓴 저자는 누구인가? 얼마나 자신만만하길래 ‘끝났다’라는 과격한 표현을 용감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저자인 서지오 지만은 코카콜라에서 마케팅 책임 중역으로 일하면서 연간매출을 단기간에 50%나 증가시킨 주역이다. 또한 수많은 마케팅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마케팅 역사상 최악의 실패사례로 꼽히는 ‘뉴코크(New Coke)’의 개발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참담한 실패사례로 알고 있는 뉴코크에 대해서 저자는 오히려 성공사례라고 역설하고 있다. 뉴코크의 등장으로 인해 코카콜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을 환기시키게 됐고 자만에 빠진 코카콜라 회사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그 뒤에 더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선 뉴코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하려고 이 책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핵심적인 요지는 마케팅은 이미지가 아니라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사업활동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도록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마케터가 할 일이며 따라서 마케팅 활동의 성과는 바로 매출을 얼마나 올리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제품·브랜드·포장·시장조사·광고·판촉·고객서비스 모든 것은 도구일 뿐이며 마케팅은 이러한 도구들을 이용해 결과를 내야 한다.

 마케팅 교과서를 보면 마케팅과 판매는 상반된다고 쓰여 있다.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많은 이익을 제공해 소비자 만족을 목표로 추구하지만 판매는 소비자보다 판매자의 이익을 더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케팅에 있어서 ‘판매지향적이다’라고 하면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마케팅의 성과는 판매가 아니라 소비자의 이미지 또는 만족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 통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에 따라 대다수의 마케팅 관리자는 단기적인 판매실적만을 강조하는 것은 악덕이며 장기적인 고객기반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한다.

 서지오 지만은 바로 이런 마케팅은 끝났고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마케팅은 오로지 판매실적에 의해서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견해는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책 곳곳에서 마주치는 직설적이고 일방적인 논리들이 달리기 경기의 장애물처럼 눈에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현상과 원리에 대해 나름대로의 통찰력을 제시해주고 있다. 과연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설득력있고 유용한가는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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