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의약품 유통혁신을 위해 추진해온 의약품유통정보화사업이 서비스 개시를 20여일 앞두고 좌초위기에 몰려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의약품유통정보센터(KOPAMS)의 가동과 함께 약제비를 공급자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일선 의료계가 공동대책협의회까지 구성하는 등 강력반발하고 나서 파행적인 초기운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한 전국 35개 지역배송센터와 연결, 전국 요양기관 및 의약품도매상에 의약품을 실시간 수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의약품공동물류센터사업도 의약품대금직불제도에 대한 의약단체의 반대로 사업진행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어떤 피해가 예상되나=의약품유통정보화사업이 무산될 경우 정보시스템 도입을 통해 국내 전체 의료서비스 및 유통체계를 선진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다시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미 지난해 국민건강보험법 제정을 통해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 가동과 동시에 약제비를 공급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해 놓고도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본격적인 제도시행을 계속 연기하는 등 의료정보시스템 활용의지를 계속 의심받아 왔다.
더욱이 다음달부터 의약품유통정보센터(HELF라인)가 가동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민자사업계약에 따라 매년 수백억원의 위약금을 민간사업자인 삼성SDS와 한국통신에 물어줘야 하는 경제적 부담도 안게 된다.
삼성SDS와 한국통신은 의약품유통정보센터 구축 및 초기운영을 위해 이미 3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한 만큼 정부의 정책적 혼선으로 인해 원활한 사업추진이 불가능할 경우 투자금액을 전액 보상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상가동은 불가능한가=의약품유통정보센터가 다음달부터 전면가동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병원협회·대한한방병원협회 등 국내 주요 의료 관련 6개 단체는 의약품 대금 지불변경을 반대하는 공동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의약품유통정보센터에 불참을 선언하는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의약품유통 개혁 정책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의료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의약품 유통개혁을 강행하기 보다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원활한 사업추진 방안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김원길 복지부 장관도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해 의약품 대금 지불변경 및 민자사업 보상금 지급문제를 향후 의료계는 물론 의약품유통정보센터 주사업자인 삼성SDS 및 한국통신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5월부터 의약품유통정보센터가 전면 가동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약품물류협동조합 등에 약제비를 직접 지급하는 제도가 곧바로 시행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정보시스템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된 민간투자사업인 의약품유통정보화사업은 출발부터 파행 운영되는 전례를 남기게 됐으며 이로써 민자사업에 대해 정부가 투자비를 보상하는 사상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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