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사업구조 개편 배경과 과제

 삼성SDI의 사업구조조정 방안은 당장의 불황 국면을 슬기롭게 타개하는 동시에 미래 시장 환경에 대응한 준비도 착실히 하겠다는 ‘양수겹장’으로 풀이된다.

 김순택 사장은 이를 두고 “인력 감축과 같은 소극적인 의미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리더십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발전적 구조개혁’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사업구조조정 방향=한마디로 국내에선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만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내 생산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는 CDT나 STN LCD의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 독일보다 인건비가 낮은 헝가리에 브라운관 공장을 신설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심지어 삼성SDI는 PDP나 2차전지도 원가경쟁력이 없다면 중국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김 사장은 “단순히 원가경쟁만 갖고 해외로 가려는 게 아니라 중국이나 동유럽처럼 뚜렷한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그 예로 삼성SDI는 최신 완전평면기술인 ‘텐션’방식을 적용한 32인치 및 34인치 브라운관의 생산라인을 톈진공장에 신설하는 것을 들었다.

 빈 곳은 무엇으로 채워지나.

 삼성SDI는 생산라인이 대거 빠져나갈 수원공장을 초대형 브라운관과 아울러 AM 유기EL, FED, LCoS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래 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과 양산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AM 유기EL에는 박막트랜지스터(TFT), CMOS 등의 핵심 기술이 필요하나 삼성SDI는 이것이 없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합작선인 NEC는 물론 코닥 등과 기술 협력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또 PDP도 오는 6월부터 본격 양산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TFT LCD를 제외한 모든 디스플레이사업을 다각적으로 펼쳐 디스플레이 강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다져간다는 것이 이번 사업구조조정의 기본 전략인 셈이다.

 ◇과제=크게 자금과 노사 문제가 있다.

 라인 이전은 물론 AM 유기EL 등의 신규 사업은 TFT공정이 추가돼 막대한 설비 부담이 생긴다.

 그렇지만 삼성SDI는 라인 이전에 들어갈 비용은 그리 크지 않으며 신규 생산라인도 투자 시점은 내년 이후여서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순익이 기대되고 올해 예정한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을 비롯한 해외 법인의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으로 충분히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라인의 해외 이전으로 노사 문제의 불씨가 생겼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수원공장의 인력을 PDP, 2차전지, 수동형(PM) 유기EL 등 이미 투자한 생산라인으로 재투입할 예정이어서 노사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수원공장의 생산인력은 지난주부터 천안 PDP공장에서 재교육을 받고 있다.

 중복 투자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AM 유기EL의 경우 삼성전자가 내심 관심을 두고 준비하는 사업인데 이번에 삼성SDI가 진출을 선언함으로써 계열사간 주도권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삼성SDI는 지난해 NEC와 유기EL사업을 합작하면서 사실상 사업 주체가 자사로 결정된 상태라며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한편 김 사장은 시장 전망에 대해 “애초 2·4분기 반등을 예상했으나 시장 침체가 지속돼 이달이 가장 힘든 달이 될 것”이라며 “전반적인 시황을 보면 다음달부터 나아질 것으로 보이나 기대에 어긋날 경우 사업 계획 전반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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