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초대형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은 ‘수납장표정보화시스템’사업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장표수납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6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된 수납장표정보화시스템사업이 지로요금산정문제와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른 시중은행의 소극적 자세로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당초 4000억원 규모의 시장 형성을 기대하고 이 사업에 뛰어든 중소형 인식기 생산업체들이 사업을 축소 또는 포기해 향후 외산장비의 국내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금결원 사업만 진행=금융결제원의 시스템 구축만이 최근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 쌍용정보통신 컨소시엄이 50개 지역사무소에 소형인식기를 설치하고 운영 테스트를 함으로써 일단 사업을 매듭지은 상태다. 금결원은 이 시스템을 현장에 투입, 인쇄체(OCR)장표 정정률이 9.67%에서 4.99%로, 금액 정정률은 10.08%에서 2.04%로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또 필기체(MICR, A)장표 정정률도 2.92%에서 1.04%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른 업무효율은 연간용역비 50%, 인건비 30% 정도의 감축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신규발주 실종된 시장=금결원의 시스템 구축 이후 별다른 시스템 구축사업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쌍용정보는 “올해 수납장표시스템과 관련한 구축사업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 금결원 시스템의 유지보수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연합회와 수납장표처리시스템에 관한 계약을 맺은 포스데이타(대표 김광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연합회와는 지점당 단가계약만 체결한 상태”라며 “올해에는 이렇다 할 사업진행이 없이 소강상태”라고 설명했다.
금결원 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던 효성데이타시스템(대표 최병인)도 수납장표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사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인식기업계 치명타= 사업성 불투명은 시스템통합(SI)은 물론 특히 핵심부분인 중소형 인식기를 생산·공급하는 업체들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레코그램의 서장원 이사는 “금융권의 불투명한 사업성 때문에 인식기와 관련한 우수 국내기술을 제대로 상용화해 보지도 못하는 것이 아쉽다”며 “앞으로 새로운 적용분야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식기 개발업체인 복스텍 박영욱 사장은 “수납장표와 관련한 인식기시장이 아예 사그라들었다”고 털어놨다. 콤텍시스템·윤익씨엔씨 등도 기존에 주력하던 수납장표 관련 인식기보다는 초고속통신망 등 다른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일단 금융권 구조조정이 하루빨리 일단락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선결돼야 시스템 구축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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