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창조적 파괴자를 육성하자

◆김영환 과기부 장관<mostman@most.go.kr>







21세기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OECD 통계에 의하면 98년 우리나라의 R&D집약도(GDP대비 R&D투자 비율)는 2.6%로, 29개 OECD회원국 중 스웨덴·일본·핀란드·스위스·미국에 이어 6위다. 물론 누적된 총규모로 보면 아직 선진국들과 비교하기는 이르지만 1년 단위로 보면 우리의 R&D투자 비중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놀라운 사실일 것이다. 이 중 정부 부문의 투자는 전체의 약 27%인 4조여원으로 정부예산의 4.4%를 차지한다. 이 또한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수준이다. 기초연구에 투자하는 비중도 GDP의 0.34%로 OECD국가 중 아홉번째다.







 R&D투자로 연구 논문과 특허 수가 늘어나고, 이는 첨단기술제품의 생산과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R&D투자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이러한 투자규모에 걸맞은 과실을 제대로 거두어들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R&D 산출지표 가운데 하나인 특허영향지수(특허 수 및 특허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수)를 보면 우리는 25로 미국 410, 일본 354에 비해 OECD국가 중 최하위그룹이다. 단위 GDP(10억달러)대비 과학기술논문도 스웨덴 62편, 스위스 53편 등에 비해 우리는 27편에 불과하며 발표된 논문의 질을 가늠하는 인용횟수는 편당 0.16회로 세계 60위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러한 산출지표는 우리나라 R&D투자의 효율성이 매우 낮음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R&D투자의 효율성 저하는 기초연구 육성과 인력양성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첫째, R&D투자와 인력의 불균형이다. 우리나라 R&D집약도는 OECD 6위면서 노동인구 천명당 R&D인력은 6명으로 18위에 불과하다.







스웨덴·일본·핀란드·미국·독일·프랑스 등 R&D집약도가 높은 국가들은 예외없이 풍부한 R&D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R&D인력이 절대 규모면에서 부족할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도 필요한 분야마다 인력이 부족한 기형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우리나라의 R&D투자가 R&D 자체에만 치중했지, 그 기반이 되는 인력양성에 대한 투자를 수반 또는 병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R&D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투자효율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둘째, 비교적 높은 기초연구비율에도 불구하고 지식생산과 전파의 거점인 대학의 기초연구기능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사급 인력의 77%가 몸담고 있는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은 교수 1인당 학생수가 30명선(OECD 선진국 10∼15명)이고, 주당 강의시간은 선진국의 1.5∼2배며, 학생 1인당 교육비도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잘 가르칠 수 없고 잘 배울 수 없는 여건이다. 그 결과 OECD국가 중 GDP대비 대학 연구비의 비율이 최하위권(한국 0.28%, 스웨덴 0.8%, 일본 0.45%, 독일 0.4%)이다.







 셋째, 논문 및 특허의 영향력이 미미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체계 미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0학급 규모의 초중고 1개교에 과학실험실이 평균 1개만 운영되고 있는 여건에서 학생들에게 체험, 추리력, 분석력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다. 과학영재 교육체계도 재정투자 및 운영에서 일반학교와 별로 다르지 않으며 ‘부실 대학교육’까지 겹친 현실에서 장래 세계적인 과학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우리 과학기술은 국가혁신시스템(National Systems of Innovation) 구축 차원에서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R&D예산구조를 인력양성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우선 초중등학생부터 고교생, 그리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영재를 적극 발굴해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는 과학영재교육시스템을 혁신적으로 재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기존 R&D예산을 재배치해서라도 이공계 대학의 지식기반 확충을 적극 지원해야 할 때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직면해 과학영재교육에서부터 배출된 인력의 최적 활용에 이르기까지 국가혁신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정립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장래 노벨상에 도전하는 창조적 파괴자를 많이 탄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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