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시장을 향한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오는 2003년 세계적으로 3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투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두 회사는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로 핸즈프리 기능과 연계, 블루투스 제품 상용화의 출발점에 발을 내밀고 있다.
특히 노키아·모토로라·에릭슨 등 세계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계 3강보다 한발 앞서 상용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해나간다는 전략이다.
LG전자(대표 구자홍 http://www.lge.com)는 지난 1월 블루투스SIG(Special Interest Group) 산하 BQB(Bluetooth Qualification Body)로부터 블루투스 장착 단말기(모델명 LG-P610B)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고 상용제품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칩세트·모듈 등 부품에 대한 인증이 아닌 완제품(단말기) 인증이기 때문에 경쟁사들보다 앞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칩이나 모듈은 아웃소싱을 통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P610B는 최대 데이터 전송속도 144Kbps를 구현하는 2.5세대 이동전화(cdma2000 1x) 방식 PCS로 블루투스 기능을 장착, 10m 내에서 1Mbps급 속도로 무선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 앞으로 무선 이어마이크를 이용한 핸즈프리 통화는 물론 향후 전자상거래·인터넷·오디오 및 비디오 컨트롤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LG전자는 LG-P610B를 올 2·4분기 중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데 이어 하반기부터 수출용 블루투스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최근 체결한 미국 버라이즌과의 이동전화 단말기 수출계약을 계기로 수출용 블루투스 제품을 적극 소개하는 한편 PC·정보가전 등으로 블루투스 적용 대상을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도 국내 이동통신서비스가 2.5세대(cdma2000 1x)로 진화하는 시점을 주목, 블루투스 관련 제품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퀄컴의 모바일스테이션모뎀(MSM) 5100칩 공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연말부터 블루투스 제품을 적극 출시한다는 게 세부 목표다. 이는 MSM 5100칩이 cdma2000 1x 서비스는 물론이고 블루투스 기능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때문.
특히 삼성전자는 블루투스 기능 구현을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를 자체기술로 개발, 이달 블루투스SIG로부터 인증받아 주목된다.
블루투스 소프트웨어 인증은 미국 반도체회사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블루투스 응용기술에서 남보다 앞서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가 개발한 블루투스 소프트웨어는 보안 기능이 강화된 1.1버전. 윈도CE·리눅스·윈도 등 다양한 운용체계와 모듈을 지원하는 게 장점이다. 때문에 거의 모든 블루투스 응용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블루투스 소프트웨어 기술 응용범위를 차세대이동통신(IMT2000)·무선LAN 접속기술 등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에 힘입어 블루투스 기능을 장착한 이동전화 단말기는 물론이고 노크북컴퓨터·프린터·디지털카메라 등을 국내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노트북컴퓨터 ‘센스Q’와 개인휴대단말기(PDA) ‘이지팜’을 블루투스 전략제품으로 선정했으며, 이르면 7∼8월 중에 블루투스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이동통신업계의 현대전자를 비롯해 삼보컴퓨터·현대멀티캡·LGIBM 등 PC업계 대표주자들이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연내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체들은 블루투스 칩과 모듈의 공급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상용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중소 벤처기업들도 블루투스와 관련된 제품 및 기술 개발에 대기업 못지않은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내 기술벤처기업들이 블루투스 시대의 도래에 대비해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대기업들도 이루진 못한 성과를 거두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직 대기업도 이루지 못한 블루투스 수출을 한 중소 벤처업체가 이뤄낸 것.
무선통신 관련 주문형반도체(ASIC) 및 시스템 전문업체인 MMC테크놀로지(대표 홍승억)는 올초 홍콩의 다국적기업과 자체 개발한 블루투스 모듈(모델명 MB501MC1/2)을 연내 20만개 정도 공급한다는 내용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 홍승억 사장은 이와 관련해 “수출계약을 체결한 업체와 금액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번에 수출계약을 체결한 거래업체와 공급물량을 내년에는 200만개로 확대키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혀 수출 전망이 매우 밝음을 시사했다.
국내 업체가 실제 양산제품에 적용 가능한 블루투스 모듈을 수출한 것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을 포함해서도 MMC테크놀로지가 처음.
이 회사가 수출한 블루투스 모듈은 영국 CSR의 블루투스 칩과 MMC테크놀로지의 고주파(RF)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것으로 가로×세로가 2×4.5㎝ 크기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국제표준을 따르고 있으며 무선 헤드세트·프린터·직렬포트 통신 등에 사용 가능하다.
MMC테크놀로지는 블루투스 모듈 공급에 이어 현재 양산 단계에 이른 범용직렬버스(USB) 포트용 블루투스 어댑터와 블루투스 액세스포인트 제품의 공급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이 블루투스와 관련된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라고 할 수 있다.
휴너텍(대표 윤영한)은 지난해 하반기 블루투스 모듈에 탑재하는 내장용 안테나를 개발했다. 블루투스용 안테나는 이동통신 단말기에 장착하는 폴(poll)형 안테나와 달리 모듈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장착할 수 있도록 구성된 평면 안테나로 휴너텍이 선보인 제품은 무라타·기가 등 해외 블루투스 안테나 제품 규격과 동일하면서도 가격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블루투스 솔루션 개발 벤처기업인 엘핀(대표 손효석)은 지난해 1㎓의 고주파 블루투스 칩이 내장된 무선이어폰을 개발했으며, 넥쎈테크놀로지(대표 김명수)는 블루투스 프로토콜 스택을 개발했다.
엘핀의 무선이어폰은 통신 유효거리가 5m 안팎으로 별도 배터리를 사용해 300분 통화가 가능하며, 넥쎈이 개발한 블루투스 프로토콜 스택은 윈도와 리눅스 등 모든 OS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 기기간 채팅 및 파일 전송이 가능하다.
올해 들어서는 무선통신기기 전문벤처기업인 시스온칩(대표 연광일)이 PCMCIA 타입 블루투스 카드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노트북PC에 장착하면 블루투스 어댑터를 꽂은 이동전화 단말기와 무선으로 연결, 인터넷 검색 및 e메일 전송을 할 수 있다.
블루윈크(대표 김유택)는 블루투스 통신용 모듈 개발에 성공,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37.5×21×2㎜ 크기의 이 모듈은 기존 제품과 달리 전원공급 전압이 자유롭고 자체 리세트회로와 안테나를 내장, 주변회로를 단순화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블루투스 시대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존 휴대형 및 데스크톱컴퓨터의 USB포트에 연결, 블루투스 통신이 가능한 ‘USB 동글(dongle)’과 모뎀·LAN 등에 적용이 가능한 ‘액세스 포인트’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세나테크놀로지(대표 김태용)는 시리얼 통신을 블루투스 통신으로 전환할 수 있는 동글 타입의 인터넷 접속기기를 개발했고 시코드(대표 임신태)는 각종 블루투스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시 필수장비로 알고리듬 분석이나 하드웨어 성능 테스트에 사용되는 블루투스 테스트 키트를 출시했다.
또 큐엠텔(대표 전병엽)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모듈 기술을 기반으로 PDA 및 PC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블루투스 모듈의 개발에 나서 올 하반기 제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블루투스 시장을 겨냥한 중소 벤처기업들의 기술 및 제품 개발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벗어난 것으로 신규업체의 시장 참여가 갈수록 늘고 있어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기술력이 우수한 제품들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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