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14회-지멘스, 제휴와 M&A

사진;  19세기 후반 전통기업으로 출발한 지멘스가 성공적인 IT기업으로 변신하는 데는 과감한 제휴와 인수·합병이 기반이 됐다. 전통제조업 분야는 물론 IT분야에서 활발한 협력을 바탕으로 지멘스는 전자·정보통신분야 세계 3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사진은 독일 뮌헨 소재 지멘스 본사.

 독일 지멘스는 연매출 686억 유로(99년 기준) 규모의 초거대 기업. 전세계 190여개국에서 44만명의 종업원들이 에너지·자동화·정보통신·운송·의료기·조명·전자부품 등의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매출액 측면에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IBM에 이어 세번째, 금융부문을 제외한 순수 전자부문만 놓고 본다면 GE를 제치고 2위다.

 지멘스는 전신전화 등 통신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발전·산업자동화·운송 등 중후장대한 산업분야에 주력해왔다. 전신전화기는 물론 발전기·철도·전신망 등 산업사에 남을 만한 제품들이 모두 지멘스에서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대형 가스터빈·발전기 등을 비롯해 발전·송변전 플랜트 등의 제조·공급을 담당하고 있으며 산업기계설비 분야, 빌딩 분야, 의료기기 등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런 거대 기업 지멘스의 주력이 전통제조업에서 최근 들어 휴대폰·반도체·전자부품 등 경박단소한 분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지난 99년 IT분야 매출 역시 지멘스의 강세 부문인 발전과 자동화 분야를 훨씬 능가했다.

 전통제조업의 대명사 지멘스가 IT분야로 서서히 사업의 중심을 옮기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산업 전반의 중심이 IT분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 이제는 전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지멘스가 원래부터 IT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다. 통신 분야에서 출발했다고는 해도 인터넷 등 하이테크 분야와는 거리가 있었던 지멘스는 과거의 명성에 집착하지 않았다.

 지멘스에는 전통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이 있었다. 또 매출의 10%에 달하는 연구개발 투자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지멘스의 성공적 변신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과감한 제휴나 인수·합병 때문이다.

 미국·일본 업체들에 비해 첨단 IT분야에서 경쟁력 기반이 확실하지 않았던 지멘스는 협력에 인색하지 않았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술력을 확보한 업체들과 손을 잡거나 투자했다.

 그 결과, 80년대 후반부터의 성장세를 새로운 밀레니엄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올 초 지멘스는 3세대 휴대폰 개발을 위해 일본 도시바와 제휴를 맺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용절감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결정한 조치였다. 업계 선두주자인 노키아·에릭슨·모토로라 등에 뒤지고 있어 이를 따라잡기 위한 이유도 컸다.

 지멘스는 이외에도 산업사에 남을 만한 제휴나 합병 목록을 갖고 있다. 지난 97년 말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발전설비 사업 일체를 인수했다. 매각금액은 15억3000만달러. 이 분야 최대 규모의 거래였고 당시 언론들은 “세계 발전설비 시장에 지멘스 바람이 일고 있다”고 표현했다.

 99년에는 프랑스의 국영 원자력에너지업체인 프라마톰과 원자력 부문을 통합한 바 있다. 합작사의 매출규모는 연간 31억 유로.

 지멘스의 관계자는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경영환경이 급속히 바뀌면서 기업들이 전략적 제휴에 의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무한경쟁 시대에 핵심역량 강화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개념이 바로 제휴에 의한 협력체제 구축이라는 설명이다.

 사업역량을 한 곳에 모아 놓아도 세계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경쟁력 강화’라는 구조조정의 본래 취지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사업구조조정 등이 단선적인 차원의 경쟁력 향상책이라면 전략적 제휴는 가장 안전한 생존책인 동시에 적극적인 시장개척 전략이라고 말한다.

 지멘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5년 52개에 달하던 독립 자동차업체가 99년에는 16개로 줄었고 오는 2010년이 되면 5개 정도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적 제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환경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멘스는 이런 환경에 적응해 가장 빠르게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지멘스의 가장 성공적인 제휴 사례로는 분사한 반도체사업부문인 인피니온이 IBM과 맺은 메모리칩 R&D부문 제휴건을 들 수 있다. 인피니온은 IBM과 제휴, 1년만에 33%이상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반도체업계 10위에서 8위로 뛰어오르는 성공을 거뒀다.

 핵심기술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10억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등 엄청난 R&D비용이 드는 반도체 부문의 특성을 이해하고 독자개발보다 제휴를 앞세운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외에도 인피니온의 행보는 탄력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 ASM리토그래피, 미국 인텔·AMD·모토로라 등과 제휴를 통해 새로운 반도체 회로설계 기술인 극자외선평판인쇄(EUV)기술을 공동 개발중이다.

 지멘스의 제휴는 수없이 많다. 벤딕스일렉트로닉스 인수(88년), 촉매컨버터 분야에서 EMITEC 및 GKN과의 제휴(91년), 콕핏 모듈 분야에서 SAS와 제휴(96년), 밸브 분야에서 하이드롤릭 링 인수(97년), 디젤 인젝터 분야에서 나비스타와 제휴(99년), 디젤고압인젝션 펌프분야에서 만네스만 렉스로스 인수(2000년) 등 업

계 관계자를 놀라게 할 만한 제휴·합병이 이어졌다.

 부품분야에서 협력은 한층 더 다양하다. 중국 장춘전자, 독일 폴크스바겐·케이힌·만네스만·오비탈·메르세데스벤츠 등에 지분참여 형태 등을 통해 제휴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우(엔진관리시스템), 서울도시가스(자동차부품) 등과 제휴를 맺었다.

 지멘스는 인수에도 바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네트워크 분야 세계적인 DLS업체인 이피션트 네트웍스를 1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피션트의 인수로 향후 자사의 네트워크 부문이 강화되는 동시에 광대역 네트워크 시장에서 세계 3위권 공급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상호:지멘스(Siemens AG)

설립:1847년

대표:사장 겸 CEO 하인리히 폰 피어러

자본금:256억4000만 유로

종업원 수:44만7000명

주요사업:발전, 자동화, 철도차, 의료기기, 통신, 반도체, 전자부품,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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