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나만의 케이블TV「숨어있는 1인치 찾았다」

“이건 뭐야, 요리 전문 방송이라고? 누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걸 하루 종일 보고 앉아 있겠나.”

1년 전 요리 전문 방송인 채널F가 개국할 당시 주변에선 이렇게 코웃음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올 3월말 현재 TNS미디어코리아 시청률 조사 결과 채널F는 쟁쟁한 채널 틈바구니 속에서 당당히 개인시청률 15위와 기본채널 편성 20위에 올랐다.

1차 PP와 신규 PP를 모두 합칠 경우 채널이 40여개에 달한다고 했을 때 1년도 안된 신생 PP로서 이만한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채널F의 간판 프로그램은 유명인사나 정치인,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거인들의 저녁식사’. 지난 1월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유명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하는 소박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다.

첫 회 식탁 수다의 주인공은 정치계 거물인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 그의 두 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녹화에서 김 대표는 시종일관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미소를 띠며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음식 철학을 들려줬다.

그가 어린 시절 ’미나리 소년’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와 정치인이 아닌 세 딸의 아버지로서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잔잔한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식사와 함께 음식에 얽힌 명사들의 소박한 추억들을 더듬어 봄으로써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국내 최초의 게임 전문 방송으로 지난해 7월 개국한 온게임넷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라는 한정된 소재로 방송을 시작, 출범 당시 ‘방송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주위의 우려가 높았지만 단시간에 인기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온게임넷이 빠르게 자리잡은 데는 게임에 열광하는 10대들의 공이 컸다.

방송 초기에는 온게임넷을 송출하지 않자 열성 시청자들이 SO에 전화를 걸어 “온게임넷을 틀어주세요” “온게임넷이 몇번에 나와요” 등의 문의전화를 하는 것에서부터 “온게임넷을 방송해주지 않으면 케이블TV를 해지하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걸어대는 바람에 부랴부랴 온게임넷을 송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미디채널 역시 개국 초기만 해도 ‘무얼 해서 하루 종일 시청자를 웃기겠느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개국 이후 ‘라이브 색시쇼’ ‘종횡무진 엽기시대’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으면서 개인시청률 9위와 기본편성 10위에 오르는 대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20위권에는 들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유일의 IT 전문 방송인 e채널도 1시간짜리 테마별 토크쇼와 뉴스프로그램, 테크TV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면서 첨단 IT 정보에 목말라 있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그동안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전문 영역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여기에 재미를 주는 요소를 추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마디로 지상파TV가 다룰 수 없는 케이블TV만의 틈새 시장을 정확히 공략함으로

써 팬들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1년 전 신규 PP 15개가 새롭게 등장한 이후 1년 사이에 케이블TV방송은 다양성과 전문성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성공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절반의 성공일 뿐이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다보니 과장되고 편중된 프로그램이 대량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코미디채널은 프로그램 내용이 방송으로 내보내기에는 너무 혐오스럽다는 지적을 받아온 ‘종횡무진 엽기시대’라는 프로그램을 자진 폐지한 바 있다.

또 온게임넷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고 외국 게임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보다 다양한 편성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임대회 중계 외에도 게임관련 뉴스 등 정보프로그램과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지만 게임대회 중계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올해부터 PP등록제가 시행됨에 따라 이제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방송채널을 설립할 수 있게 됐지만 등록을 했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각희 케이블TV협회 PP협의회 사무처장은 “채널이 많아질수록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니면서 폭넓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PP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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