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 인터넷사업

 대기업의 인터넷 사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세기를 지나는 그 시기, 이 화두는 오프라인 언론매체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운영하는 많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당시 논의는 ‘자격여부’부터 ‘방식’ 그리고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고 참 팽팽하게 맞섰다.

 이 주제는 불과 얼마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시 유지된 균형감각을 찾을 수 없다. “거 봐라, 뭘 기대했느냐”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반응을 ‘결과론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의 인터넷 사업이 현 국내 인터넷 산업의 깊은 상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찌 대기업의 잘못이냐고 물을 지 모른다. 그러나 돈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면 모든 분야에 물밀듯 들어온 자본의 위력, 그 자본의 영향력에 기대 ‘모험정신’ 대신 선단식 경영과 같은 고질적 병폐를 답습해 오는 벤처의 모습에서 대기업의 책임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참 간단치 않은 이유가 얽혀있지만 국내 제 1의 그룹이라고 하는 삼성이 속전속결로 처리해(?) 버린 인터넷 사업이 대표적일 것이며 삼성물산, 현대상사 등 오프라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벌인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모 그룹에서 설립한 벤처투자전문기업은 그룹 내부로부터 “왜 수익을 내오지 못하느냐”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1년도 안됐는데 뭘 그러나요”라는 기자의 말에 대한 답은 오히려 당당하다. “다른 데 봐요. 전부 철수하는데 문 안닫게 하는 것만 해도 많이 봐주는 거죠.”

 변호 이유 역시 포장은 그럴듯 하다. 시작 당시 ‘규모의 경제’와 ‘국내 벤처산업의 육성’에 있던 자리에 ‘선택과 집중’이 대신 들어가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은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기업이 본질적으로는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는 점에서 궁색할 뿐이다. 설마 경제 호황기에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벌이겠다는 주장은 아닐테니 말이다.

 “누가 부여했는지 몰라도 그들은 ‘산업 육성의 책임’을 말했죠. 지금와서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자본 앞에서 무너진 벤처를 살릴 길은 우리가 벤처 정신으로 다시 무장하는 길이 우선이라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대안도 찾을 수 없네요.” 국내 벤처 산업의 회생을 기약하는 한 벤처인의 고백이 반성할 줄 모르는 대기업의 그것과 비교되는 때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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