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6)구조 고도화가 관건이다

국내 게임시장이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핵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문화관광부나 각종 단체에서 내놓은 보고서의 수치를 보면 국내 게임산업은 향후 몇년간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아무런 문제없이 발전할 것처럼 느껴진다.

우선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회장 박영화)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8년 6256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오는 2002년에는 1조5652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화부는 이보다 조금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98년 6250억원이었던 시장규모가 2003년에는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98년을 기준으로 국내 게임시장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첨단게임산업협회는 4년(2.5배 성장), 문화부는 5년으로 에측하는 차이는 보이고 있지만, 두 보고서 모두 올해를 포함해 향후 몇년간 국내 게임시장이 연평균 20∼30% 정도씩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피부로 느끼는 감은 다르다. 업계의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은 오락실용 아케이드게임 8500억원, 비디오게임 1460억원, PC게임 1442억원, 온라인게임 1200억원 등으로 전체적으로 1조2602억원 규모를 보였다. 99년의 1조239억원에 비해 23%(2363억원) 늘어났다. 각종 보고서의 성장 예측치인 30%에는 미달되는 수치다.

올해 시장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최악의 경우 제로성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분야별로 편차가 큰 아케이드게임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한자릿수 성장에 그치고, 가정용 콘솔게임은 소니 PS2의 국내 상륙 시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출시 시점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겠지만 보수적인 수치로 본다면 제로성장이나 10% 미만의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PC게임은 10∼20% 정도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5배나 늘었던 온라인게임은 적게는 50%, 많게는 70% 정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하면 올해는 아케이드 9300억원, 온라인게임 2000억원, PC게임 1700억원, 비디오게임 1500억원 등으로 전체 1조4500억원 규모를 보일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 대비 15%(1898억원) 정도 늘어난 셈이지만 각 분야별로 최대 수치를 잡은 것이며, 실제는 10% 이하의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게임컨설팅업체인 게임브릿지의 유형호 사장은 “지난해까지 고공비행을 해온 게임산업은 올해 연착륙 여부가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며 그나마 성장여력이 남아있는 온라인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10% 내외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시장 흐름이나 업체 판도에 있어 큰 변화를 겪는 등 구조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국내 경기 침체가 깔려 있지만 좀더 직접적인 원인은 국내 게임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내 게임산업이 내수시장 위주로 형성돼온 상황에서 지난 몇년간의 고도성장을 통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더욱이 국내 게임산업의 구조가 아케이드나 PC패키지게임을 중심으로 양적성장만을 거듭하는 등 왜곡된 것이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630억달러다.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업소용게임이 982억달러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비디오게임이 490억원으로 30%를 차지한다. PC게임은 6%, 온라인게임은 4%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게임시장은 200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아케이드 60%, 비디오게임 11.5%, PC게임 11.4%, 온라인게임 9.5% 순이다. 더욱이 올해는 아케이드, 온라인, PC, 비디오게임 순으로 바뀌게 된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아케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분야의 매출비중이 전세계시장과는 완전히 역순이 된다.

국내업계가 아시아의 맹주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온라인게임분야의 매출비중이 높은 것은 차별화전략 차원에서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전세계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디오콘솔게임시장에서 국내업계가 전혀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큰 문제다.

더욱이 현재 14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비디오게임시장 자체도 따지고 보면 16비

트 이하의 게임기나 밀수품 등이 주종을 이루는 그레이마켓이다. 업계는 정품시장을 기준으로 할 경우 국내 비디오콘솔게임시장은 100억원 미만에 머물 것이란 추산이며, 이는 국내 게임산업의 질적인 측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게임업계는 세계시장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디오콘솔게임시장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산 PC게임을 수입해 패키지를 만들어 유통하거나 일본산 아케이드게임을 모방해 저가제품을 만들어 파이를 키워온 것이다. 이같은 국내 게임산업의 어두운 뒷면이 내수시장 침체와 맞물려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것이 올봄 국내 게임산업의 뼈아픈 현실이다.

우리에게는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가정용 게임시장과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PDA·모바일게임 분야에서 국내업체들이 얼마나 빨리 해외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올해 업계의 최대과제인 연착륙을 달성하는 방법이며 세계 게임강국으로 들어서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특히 수출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올해 해외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인가에 대한 향배도 향후 국내 게임산업의 전도를 점쳐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