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성능의 초전도 박막 개발

초고속 슈퍼컴퓨터, 마이크로파 통신, 뇌파측정장치 등의 개발에 쓰이는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 박막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과기부 창의연구사업 초전도연구단 포항공대 물리학과 이성익(49)·강원남(40) 교수팀은 13일 마그네슘(Mg)과 붕소(B·보론)를 혼합한 화합물을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인 절대온도 39K(영하 234도)에서 초전도 기능을 지닌 마그네슘다이보라이드(MgB₂) 박막을 세계 최초로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지는 13일 이례적으로 세계 주요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게재했다.

연구팀은 지난 1월 이 연구에 착수, 1월말께 섭씨 850∼1000도, 3만 기압하에서 ’MgB₂ 고온·고압 시료’ 합성에 성공한 데 이어 두께 500∼1000Å(1Å=1억분의 1㎝)급으로 세계 최고 성능의 MgB₂(Tc=39K) 박막 제조에 성공했다.

연구팀이 박막 재료로 사용한 MgB₂는 미국과 일본이 전략적 물질로 분류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정도로 중요한 것으로, 세계 물리학계가 이 물질을 활용한 박막과 전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팀은 미국·일본·유럽 등에 이 박막 제조법 특허를 출원하는 한편 이 박막을 이용해 초전도 컴퓨터의 기본 부품인 조지프슨 소자 개발을 위해 국내 연구진과 이미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단은 이 부품을 이용하면 환부를 개봉하지 않고도 뇌파나 심장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초전도 양자 간섭소자를 부산물로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이 초전도 박막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무선통신 기지국은 물론 위성간의 장거리 통신 구축망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마이크로파 소자들을 이용한 이 부품이 우주공간에서 사용될 경우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지는 13일 현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이번에 제조된 초전도 박막은 저항 없이 막대한 전류를 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전이 온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히고 “이 온도라면 액체헬륨을 사용하지 않고도 특수 제작된 저온 냉동장치에서 초전도가 형성될 수 있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성익 교수는 “선진국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가 만들어낸 박막과 유사한 박막 제조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며, 또 이 박막 제조 비법을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새로운 연구를 수행해 선진국과의 연구격차를 더욱 벌려나가겠다”며 “현재 미국·유럽 등지의 연구소를 비롯, 국내 유수 대학·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제의해와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용어해설>MgB2 초전도체란?|

초전도 현상은 일정한 조건에서 전기가 흐를 때 저항이 영(0Ω)이 되는 것을 말하는데, 지금까지는 23K에서 초전도 상태가 되는 금속 초전도체를 이용하여 뇌파를 측정하는 뇌지도 자석 제작 등에 적용해왔다. 그러나 이는 냉각비용이 많이 들고 상태 유지가 어려워 과학자들은 좀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금속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MgB₂ 초전도체는 마그네슘 다이보라이드, 이보론 마그네슘, 이붕소 마그네슘 등으로 불리는데 이 물질은 화학회사에서 순수 보론을 만들기 위해 쓰였으나 초전도 현상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절대온도 39K로 금속계 초전도체 중 초전도 전이온도가 가장 높다. 이 정도의 온도라면 액체헬륨을 쓰지 않고 단순한 전기 냉장고로도 충분히 온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그 응용이 무궁무진하다. 또 구조가 간단하며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고 지상에도 풍부하게 저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바닷물에도 많은 양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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