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P양산경쟁 의미

한국, 일본, 대만 등 3국의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잇따라 양산에 들어가 PDP시장 제패를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출발은 일본 업체가 빨랐으나 한국 업체들도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양산체제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시장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대만 업체들도 이르면 올해말께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여 3국의 디스플레이 패권다툼은 CRT, TFT LCD에 이어 PDP로 확산되고 있다.

◇업체현황=일본 업체들은 올들어 잇따라 양산에 돌입, 기선 제압에 나섰다.

선봉장은 후지쯔와 히타치의 합작사인 FHP사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32인치, 42인치의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달에는 37인치도 양산 세 몰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의 현 생산능력은 월 1만대 수준이나 이달까지 업계 최고 수준인 월 4만대로 세계 PDP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NEC는 최근 150억엔 이상을 투자해 세운 가고시마 공장을 가동, 월 5000대 수준인 생산규모를 1만1000∼1만2000대로 늘렸으며 내년에 2만대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파이어니어 역시 올해말까지 월 1만5000대 수준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쓰시타도 올초부터 37인치, 42인치, 50인치 제품 생산에 들어가 올 하반기에 월 1만4000대 규모로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며 대만에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이달 월 3만대 생산능력의 PDP 양산라인을 구축해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초기에는 월 5000∼6000대, 연말께 월 1만5000대로 생산량을 늘려 일본 업체와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역시 올 7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월 3만대 생산능력의 양산라인을 구축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말까지 생산량을 1만대 이상으로 늘리고 내년 상반기중 2만대 규모로 확대해 시장을 선점할 방침이다.

오리온전기는 워크아웃 상태로 신규 투자가 미흡하나 현 생산라인의 수율을 극대화해 월 2500대 생산을 유지할 계획이며,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UPD는 최근 추진중인 자본유치작업이 끝나는 대로 투자에 들어가 내년중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CPT, 에이서 등 대만 업체들은 자금난의 어려움에도 불구, PDP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적어도 올해안에 라인을 구축해 한국·일본 업체와의 경쟁구도에 가세할 방침이다.

◇원가경쟁력이 문제=대부분의 PDP업체가 올해 양산에 돌입함으로써 관심은 어느 업체가 원가경쟁력을 갖췄는지로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일본 업체가 우세하다. 원가경쟁력의 척도인 수율과 부품·재료 및 생산장비 구입가격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의 수율은 초기 생산임에도 불구하고 8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가 이 정도 수율을 내려면 올해말께나 가능하다.

또 국내 업체는 전면필터, 격벽재료 등 원부자재와 생산장비를 대부분 일본 업체로부터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조달하는 일본 업체에 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많다.

양국 업체가 거의 같은 시기에 출발했다고 해도 아직은 격차가 큰 셈이다.

그렇지만 올해가 양산 원년이라는 점에서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는 게 국내 업체의 시각이다.

아무래도 시장 초기에는 PDP 공급가격이 높아 일본 업체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해도 초기 투자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업체들도 초반부터 가격공세를 펼칠 수 없는 입장이다.

삼성SDI와 LG전자의 관계자들은 “생산량이나 원가경쟁력에서 아무래도 일본 업체가 앞서고 있으나 그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춰 이른 시간 안에 일본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들은 부품, 소재, 장비를 하루빨리 국산화함으로써 적어도 제조원가에서 일본 업체에 비해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케팅력도 보완해야 한다.

초기 PDP 시장에서는 주로 산업용 수요와 유럽지역의 수요가 활발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국내 업체들은 이 분야에 대한 채널 영업망이 미진한 편이다.

최근 LG전자, 삼성SDI, 오리온전기가 지난달 세빗전시회에 출품해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것도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만 업체들도 무시할 수 없으나 초기 시장을 장악할 경우 당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한국과 일본 업체의 시각이다.

매번 한국에 자리를 내줬던 일본 디스플레이업체가 PDP로 화려하게 재기할지, 국내 디스플레이업체가 연타석 홈런을 칠 수 있을지 세계 디스플레이업계는 현해탄을 두고 벌어지는 두 나라의 PDP전쟁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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